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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범죄 척결이 ‘경제 성장’으로 마피아 떠난 자리, ‘생산과 투자가 채워’ 경제적 자유와 법치주의 회복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오랜 기간 지속한 조직범죄와의 전쟁은 법과 도덕의 차원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마피아 소탕에 성공하며 급증한 경제 활동은 범죄 조직의 강압과 경제 성장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탈리아, ‘마피아 소탕’ 성공
이달 17일 이탈리아 검찰이 이탈리아 마피아의 최종 거점을 무너뜨렸다고 발표했을 때, 시장에 미칠 영향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틀도 안 돼 해당 지역의 신규 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억 8,300만 유로(약 2,969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16.3%의 상승률이다. 마피아가 떠난 자리를 대출과 생산, 투자가 채우고 있다.
꽤 긴 세월 마피아는 이탈리아에서 음지의 세무 당국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지역 사회와 기업의 이윤을 갈취하고 강압에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부당한 응징을 가했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칭송해 마지않았던 경제적 자유는 법치주의의 부재 앞에 시들어 버렸다.

주: *짙은 음영일수록 범죄 기업 분포도가 높음
조직범죄 사라지자 ‘경제 활성화’
하지만 강압이 사라지자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마피아가 소탕되며 그간 영향 받았던 지역의 대출이 평균 0.8~2.1% 증가해 연말까지 신규 대출 규모가 27억 6,000만 유로(약 4조4,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피아에 돈을 뜯겨온 기업들이 이제 기계와 운전자본, 물류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칼라브리아(Calabria)와 시칠리아처럼 마피아가 지배하던 지역은 3분기 만에 대출이 최대 4%P 상승했다. 은행 대출 담당자들도 마피아의 위협에 눈치 볼 것 없이 객관적인 자격을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중소기업들로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신용 대출은 기업가에게 현재의 노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이어주는 ‘시간 여행’과 같다. 마피아가 떠나자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동하고 지역 경제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주: *단속 개시 시점(수직선), *90% 신뢰구간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 본격적인 마피아 소탕이 시작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e, 노동 및 자본을 제외한 효율성, 기술, 혁신 등에 의한 생산성)도 2.4% 증가했다. 갈취에서 자유로워진 기업은 이제 인력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작년에만 교육훈련 예산이 18% 올라 기술 및 디지털 기술이 크게 향상됐다.
법치주의와 ‘재정 안정성’도 개선
법 집행이 제자리를 찾은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치주의의 개선은 특히 교육 성과와 연결되는데 강력한 사법 시스템이 자리 잡은 지역일수록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ISA)의 수학 점수가 향상되는 모습을 보인다.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교육과 기술 습득에 매진하게 돼 있다.
재정 부문에서의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추가 대출금 1유로(약 1,623원)가 7.1센트(약 114원)의 교육 예산을 18개월 안에 만들어 낸다. 쿠트로(Cutro), 타우리아노바(Taurianova) 등의 지역에서는 마피아가 사용하던 빌라가 첨단 교실로 바뀌고 있다. 물론 압수한 자산을 활용해서다. 지속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해진 지방 정부는 이제 노트북 PC나 디지털 채점 도구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적법한 자본은 고숙련 노동을 필요로 하고, 고숙련 노동은 현대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대금 부풀리기와 보호비 명목의 갈취가 사라지자 수익이 명확해지고 투자 여유가 생긴다.
경제적 자유와 법치주의가 ‘번영의 길’
범죄 집단이 악랄하긴 하지만 사법 기능이 마비된 지역에서 법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2022년 마피아로 인한 가격 왜곡이 이탈리아 국가 경제에 미친 손실이 142억 유로(약 23조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이탈리아 대학 전체를 지원할 만한 규모다.
반대로 마피아 영향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는 보안에 쓰던 비용이 2/3 줄고 혁신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들이 위협을 피하는데 골몰하지 않고, 수출 및 물류 개선에 노력하기 때문이다. 사법 시스템도 개혁을 완료해 소액 사건 판결 기간이 한 달을 넘기지 않으며, 마피아 지배 시절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요한 차이는 폭력이 아닌 규칙을 통한다는 것이다.
조직범죄 소탕 사례는 전반적인 경제 전략에 응용할 수 있다. 압류 자산의 10%가 아닌 15%를 교육 인프라에 투자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 단, 현금 흐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개해 신뢰와 투명성을 높인다는 전제하에서다. 마피아 영향을 받은 지역에 대출을 실행한 은행에 중앙은행이 유리한 대출 조건으로 보상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또 시민들에게 사법 정의 실현의 사례를 공유하면 시민 참여율이 14% 오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고 투명한 법치주의가 적용된다면 번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Freedom Enters the Ledger: How Eradicating Organized Crime Unleashes Italy’s Invisible Growth Engin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