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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분기 경제성장률 -0.3% '역성장 쇼크' 트럼프 "1~2분기 역성장, 관세와는 무관" Fed, 경기침체 딜레마 속 금리 인하 고심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성장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침체의 책임이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2분기까지도 이전 정부의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추진 중인 강도 높은 관세 정책의 효과가 조만간 나타나 미국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입·재고·정부 지출 제거한 GDP 3%는 성장"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1분기 경제가 역성장한 것과 관련해 "이번 분기는 바이든의 경제이고, 다음 분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1월 20일에 취임했으며 경제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은 우리가 얼마나 나쁜 상황을 물려받았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재고·정부 지출 등 왜곡 요소를 제거한 핵심(core) GDP는 3% 증가했다"며 표면적 수치와 달리 실제 경제는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최근의 주식 시장은 바이든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라며 "바이든의 잔재는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관세와 무관하고 우리 경제는 곧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단지 바이든이 남긴 나쁜 수치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세가 곧 발효되기 시작할 것이며 기업들도 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0.3%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2.4%)와 비교해 급감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인 0.4%에도 크게 못 미쳤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경제 침체 우려가 컸던 2022년 1분기(-1%)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입이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1분기 순 수출액 증가율은 직전 분기 대비 -4.83%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직전 분기 2.4%에서 3.6%로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됐다.

전문가들, 고율 관세로 美 경제 침체 가능성 제기
이러한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45%까지 인상하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10%로 조정한 이후에도 평균 관세율은 28.2%를 유지하고 있다. BCA 리서치는 "중국 수입이 145%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50% 감소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1% 수준"이라며 "이는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 당시 전체 수입품의 평균 관세율 20%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세금재단(Tax Foundation)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GDP가 0.8%~1.0% 감소하고 가구당 연평균 3,443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관세로 인해 근원 PCE 물가지수가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에버코어ISI는 최대 3.4%의 GDP 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경기침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 베팅 플랫폼 칼시와 폴리마켓은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63%로 예상했고, JP모건은 60%,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보다 15% 높은 40%를 제시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예산연구소(The Budget Lab)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단기 물가 상승 효과는 2.3~2.9%로 추정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물가가 1.0~1.2% 상승하고 이로 인해 가구당 연간 소비자 손실이 1,600~2,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예측에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미시간대학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5%로 199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57.9로 2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비관적 경제 전망에 기준금리 인하 불확실성 고조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짙어지는 가운데 오는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직전 분기보다 상승했기 때문이다. PCE는 Fed가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1분기 경제가 역성장한 만큼 Fed는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만 꿈틀대는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런 상황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4월 16일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물가와 성장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정책을 조정하기보다는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며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0일 기준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할 확률은 94.8%로 집계됐다. 월가에서도 Fed의 정치적 판단이 5월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Fed가 굳이 금리를 내려 트럼프 행정부 대신 인플레이션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