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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 1,000원대 회복, '엔저 시대' 저물자 차익실현 나선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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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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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종료, 일학개미 日증시 대탈출
엔화예금도 1조 엔 붕괴, 일본 자금 썰물
엔 캐리 청산 시 주가폭락 가능성은 낮아

‘슈퍼 엔저’가 막을 내리자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가 앞다퉈 일본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예상보다 길어진 엔저 현상으로 손실을 보던 투자자들이 원·엔 환율이 1,000원대를 회복하자마자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7,100억 매도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4월 1~24일) 들어 국내 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4억9,620만 달러(약 7,130억원)어치 매도했다. 같은 기간 매수액(3억993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일학개미는 1,788만 달러(약 256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한 달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학개미가 선호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도 팔아치우는 중이다. 이달 들어서만 3,518만 달러어치(약 505억원)를 순매도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이 ETF는 엔화 가치와 미국 장기 국채 가격 상승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상장 ETF인 ‘TIGER 일본엔선물’ ETF에서도 최근 한 달간 79억원이 빠져나갔다.

엔화 예금도 썰물처럼 줄어들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3월 기준 8,883억 엔(약 9조9,200억원)으로, 2월보다 207억 엔(약 2,080억원)가량 줄었다. 엔화예금 잔액이 1조 엔(약 10조원) 규모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3년 8월(9,950억 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그런가 하면 엔화를 빌렸던 이들은 높아진 이자 부담에 상환을 서두르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기준 엔화대출 잔액은 총 723억 엔으로, 작년 8월 말부터 올해 2월 말(725억 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엔고로 '퇴로' 열려

엔화의 이탈 흐름이 짙어진 건 원·엔 환율이 올라 일학개미의 ‘퇴로’가 열렸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일본 증시에 유입됐는데,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매도 시점을 잡지 못한 채 손이 묶인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3월 고점을 찍고 주춤했던 일본 증시는 작년 하반기 들어 반등 흐름을 보이며 일본 펀드, ETF 등의 수익률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전국 평균 공시지가도 상승했다. 엔저와 저금리로 인한 국내외 투자자금이 일본 토지시장으로 유입된 결과다. 미국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존스 랭 라살(JLL)에 따르면 2024년에 일본 상업용 부동산투자액은 전년 대비 60%가량 늘어난 약 5조5,000억 엔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해외 투자자 금액만 1조 엔을 넘기며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최근 일본 증시 변동성이 커진 점도 탈출 러시에 일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일본 정부의 긴축에도 엔저가 지속되며 투자자 피로감이 컸는데, 이제 환율이 오르며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며 “엔고로 전환되면 일본 수출 기업 경쟁력도 약해지는 만큼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엔화 절상 기대감 시장 이미 반영

엔고가 가속화하면서 해외로 빠졌던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앤 케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증시 충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엔화 선물환 순매수 규모 등을 살펴보면 지난해 8월과는 다른 흐름이다. 앞서 지난 7월 일본은행(BOJ)이 예상 밖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되면서 일본 증시는 큰 혼란에 빠진 바 있다. 이에 8월 5일 도쿄 증시는 12% 폭락했고 다음 날 10% 반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이른바 ‘블랙먼데이’ 사태였다.

당시 이런 급락이 발생한 이유는 시장이 엔화 강세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일 엔화 선물환 순매도 규모는 2조3,000억 엔(약 23조1,000억원)에 달했으나, 블랙 먼데이 사태 직후인 8월 6일에는 1,000억 엔(약 1조원)으로 급감했다. 불과 한 달 만에 2조2,000억 엔 규모의 순매도 포지션이 증발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엔고 가능성을 반영해 엔화 선물환을 순매수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만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증시에 미칠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선반영되며 일본 국채 금리도 이미 상당 부분 올라와 있다. 시장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사전적으로 대비하고 있어 지난해처럼 극단적인 증시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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