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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장기화에 필수 지출만 하는 소비자들 2월 외식·취미 카드 소비 3개월 연속 감소 소비 위축에 한계 다다른 자영업자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황형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병원비와 주거비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지출이 줄어드는 등 외식과 여가생활부터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숙박 및 음식점업·여가 서비스업, 카드 실적 급감
14일 여신금융협회의 '2025년 2월 카드승인실적'에 따르면 지난 2월 숙박 및 음식점업 카드승인실적은 11조2,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320억원(3.7%) 줄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카드승인실적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숙박 및 음식점업 카드승인실적은 각각 13조7,900억원, 12조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3개월 동안 감소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전년 대비 감소폭은 0.7%, 1.8%, 3.7%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국내 자영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외식업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 침체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의 충격파가 이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심리 악화가 계속되면서 취미활동과 관련된 소비도 쪼그라들었다. 지난 2월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카드승인실적은 9,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950억원(9.0%) 감소했다. 해당 업종의 카드승인실적도 3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는 2.7%, 올해 1월에는 1.7%가 전년보다 쪼그라들었고, 지난 2월에는 9.0%로 전년비 감소폭이 급증했다. 이 밖에 2월 도매 및 소매업의 카드승인실적은 46조6,5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보다 3조4,140억원(6.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도 4,100억원으로 30억원(0.8%)이 전년 동월 보다 감소했다.
'물가 오름세'에 월세·의료비 등 생활 필수 품목 지출 커져
이는 주거비나 밥값, 병원비 등 생활하는 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품목들의 물가가 빠르게 올라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의 '2024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지출 부문에서 주거·수도·광열 지출은 34만9,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7.6%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월세 등 실제주거비(12.9%), 주택유지 및 수선(15.7%), 기타주거관련서비스(5.6%), 연료비(2.8%) 등에서 지출 규모가 커졌다. 식사하는 데 쓴 비용을 뜻하는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오른 42만3,000원으로 집계됐고, 입원이나 치과서비스 등 보건 지출은 1년 전보다 11.1% 오른 21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이지은 사회통계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소비지출이 16분기 연속 증가해 2006년 이후 최장기간 증가하고 있으나 증가율 2.5%는 다소 둔화한 수치"라며 "대부분의 소비지출은 주거비에 많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4.93으로 같은 해 1월 102.69 대비 2.24% 올랐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도 12월 101.70으로 11개월 전인 1월(100.09)보다 1.61%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주요 대학가가 자리한 지역의 월세지수가 1년새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다. 관악구(서울대)가 있는 서울 서남권 빌라 월세가격지수(105.30)는 1년 새 3.1%가 올랐고,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이 자리한 서북권(104.61)은 2.74%가 상승했다. 한양대 등이 있는 동북권(104.64)도 1.49% 뛰었다. 소비자물가도 계속해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2% 상승해 5개월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상승폭은 지난해 7월(2.6%)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았다.

폐업 20만 명 증가, 자영업자 '빼앗긴 봄'
내수 시장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자영업자들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자영업자 수가 지난 11월에 비해 단 두 달 만에 20만 명이 줄었으며, 상가 공실도 넘쳐나고 있다. 소상공인의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 파급되는 형국이다. 장기화한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침체된 내수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당분간은 자영업자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2%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예상되는 경영 애로사항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34.9%), 원부재료 매입비 부담(24.0%), 임차료·세금·수수료 부담(12.3%) 순이었다. 특히 향후 3년 이내에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는 전체 응답자의 43.6%였다.
자영업자들의 경우 매출감소 탓에 빚으로 버티는 악순환적 구조가 되풀이 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내수부진 장기화에 따라 중소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과 역동성 회복을 위해 국민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19 사태를 견뎌냈으나 연이어 들이닥친 고물가 등 대내외 경제환경 악화와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소상공인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며 "소상공인의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 전체로 파급되는 형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