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규제’에 주담대 창구 더 좁히는 은행권, 대출 증가세 급제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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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대출 접수·심사 강화해 총량 관리 고삐 금융당국, 고액 대출 차단과 추가 옥죄기 병행 규제 효과 본격화, 대출 증가세 둔화·잔액 감소 전환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체계를 대폭 강화하며 대출 창구를 좁히고 있다. 실행일 최소 20영업일 전 접수 의무화를 도입해 규제 변화에 따른 심사 오류를 차단하고, 동시에 총량 관리의 고삐를 조이려는 의도다. 은행권은 정부가 6·27 대책과 9·7 대책을 잇달 내놓으며 주담대 한도와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를 동시에 압박하는 가운데, 총량 축소 지침까지 맞물려 심사 문턱을 높이고 있다. 그 결과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이 1년 반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규제 효과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신한은행, 주담대 접수 최소 20영업일 전 의무화 도입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초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해 최소 20영업일 전 접수해야 승인이 나도록 내부 지침을 변경하고 이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했다.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 기간은 은행마다 다르긴 하나, 실행일로부터 최소 2주에서 한 달 전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관련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계속 바뀌고 있어 (실행일에) 임박하게 대출 심사를 하다 오류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마련한 지침”이라고 했다. 거듭된 대출 규제로 대상자는 물론 대출 가능액까지 변동이 잦은 가운데 일선 영업점이 이를 반영하지 못해 생기는 오류나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10월 말까지 신규 주담대에 모기지보험(MCI)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MCI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 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 아울러 전세대출 취급 제한도 기존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해 오는 10월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6억원 한도 묶고 LTV 40%로 뚝
은행의 대출 접수 및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대출 문턱은 더 오르게 된다. 이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 총량 관리가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앞서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자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으로 6·27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서울·수도권 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주담대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6개월 이내 전입을 의무화해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사실상 차단하는 것이다. 6·27 대책 발표 당시 은행권에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치를 절반가량 줄일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보다 3조6,000억원가량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6·27 대책 발표 이후 두 달여 만에 9·7 대책을 내놓으며 주담대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다. 9·7 대책의 가장 큰 뼈대는 규제 지역의 LTV 상한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춘 것이다. 예를 들어 12억원의 주택을 구매할 경우 기존에는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4억8,0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출 한도가 1억2,000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이미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LTV까지 추가로 강화되면서 서울 상급지로의 진입 문턱은 더욱 높아졌다. 현재 강남 3구과 용산구만 지정된 규제지역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면 대출 받기는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
5대 은행 주담대, 1년 반 만에 감소세 전환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라 5대 은행 주담대는 지난달까지 증가세가 유지되다, 이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 11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607조6,190억원)은 8월 말(607조6,714억원)과 비교해 524억원 줄었다. 이달 말까지 이런 추세를 유지하면, 지난해 3월(-4,494억원) 이후 1년 반 만에 월간 기준 주담대가 처음 감소한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790억원에서 104조2,613억원으로 1,823억원 불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1일 기준 763조702억원으로 8월 말(762억8,985억원)과 비교해 1,71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약 156억원 늘었는데, 이는 8월 일평균 증가액(1,266억원)의 8분의 1 수준이다.
주담대가 줄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은 6·27 대출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영향이다. 7~8월에는 대출 규제 시행일 전에 계약한 부동산 거래 영향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증가세가 어느 정도 이어졌다. 하지만 9월부터는 이런 대출 수요가 대부분 소진되면서, 주담대도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신학기 이사 수요까지 겹치며 주담대를 받는 수요가 7월보다 오히려 늘어났지만, 이달부터는 규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