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 Home
  • FE분석
  • "신용위험 리스크에 대출금리 역전까지" 구조적 모순에 짓눌리는 인터넷은행

"신용위험 리스크에 대출금리 역전까지" 구조적 모순에 짓눌리는 인터넷은행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카카오뱅크, 중저신용자 대출 늘리며 신용 위험 확대
구조적 문제로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낮아지기도
"포용금융 정책, 이대로 괜찮나" 인뱅 건전성 적신호

카카오뱅크의 신용위험 노출액이 6개월 만에 10조원 가까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의무, 이재명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 등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건전성이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꾸준히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부가 '포용금융' 정책의 추진 방향에 대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에 묶인 카카오뱅크

22일 카카오뱅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신용위험 노출액은 81조5,378억원으로 전년 동기(71조9,840억원) 대비 13%(9조5538억원)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기업대출 잔액 증가 폭(6.7%)보다 눈에 띄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신용위험 노출액이 불어난 것은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자영업자와 같은 개인 사업자를 중심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기업자금대출 잔액은 2조5,38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8,946억원)보다 34% 증가했다.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 판매가 증가한 배경에는 당국 차원의 규제가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신용대출 평균 잔액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도록 주문했으며, 지난 2월부터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도 30% 이상의 중저신용자 비중을 유지하라는 규제를 추가했다. 소위 '평잔 30%' 룰이 카카오뱅크를 옥죈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기준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의 49.4%를 중저신용자에게 할애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역시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앞서 정부는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했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추가 공급을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가계자금대출은 42조2,617억원으로 전년 동기(41조3,075억원) 대비 2.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례적 '대출금리 역전'

최근 카카오뱅크에서는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7월 신규 취급한 전체 가계대출에서 600점 이하 차주의 평균 금리는 3.92%였다. 이는 같은 기간 최고 신용점수 구간(951~1,000점) 차주의 평균 금리(4.31%)보다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저신용자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모두에서 상위 신용자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인터넷은행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은행은 평잔 30% 룰에 따라 새로운 중저신용자를 지속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시행된 대출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가 제한되면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 가던 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여력이 떨어졌다. 이들의 대출 수요는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에서 비교적 문턱이 낮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가 7월부터 정부 정책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도입한 점도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낮은 정책성 상품들이 최저신용자의 평균 취급 금리를 끌어내린 것이다. 이에 더해 6월 말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개인사업자 리스타트 대출, 폐업 지원 대환대출 등 채무 조정 프로그램도 저신용자 대출 금리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프로그램의 핵심은 개인사업자의 사업자 대출을 장기·저리 신용대출로 대환해 주는 데에 있다. 해당 프로그램 참여자의 대환대출이 신규 중저신용자 대출로 잡히면 저신용자 평균 대출 금리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 성장 동력 잃어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구조적 모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이들 은행의 자산 건전성엔 '적신호'가 켜졌다. 2분기 인터넷은행 3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우선 표면적으로는 건전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올해 2분기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59%로, 작년 2분기(0.90%)보다 0.31%P 하락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같은 기간 0.85%에서 0.51%로 내렸다. 토스뱅크도 연체율(1.27%→1.20%)과 고정이하여신비율(1.23%→0.98%)이 일제히 낮아졌다. 카카오뱅크는 두 은행보다 건전성 지표가 좋았으나, 1년 전보다는 나빠졌다. 연체율은 0.48%에서 0.52%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7%에서 0.54%로 올랐다.

문제는 건전성 지표 개선세를 부실채권 상각 및 매각이 이끌었다는 점이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5,12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3,935억원)보다 30.1% 급증한 규모다. 해당 기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특히 중저신용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인터넷은행 특성상 부실 규모가 더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금융'이 실현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 주택담보대출 위험 가중치 하한선 상향 등을 통해 인터넷은행의 성장 길목을 가로막고 있다"며 "대형 시중은행이 주담대로 손쉽게 돈을 버는 것과는 대비되는 양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그간 포용금융을 앞세우면서 인터넷은행들에게 길을 열어주려 했지만, 실상은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도 무산되고 기존 인뱅들마저 채무조정 중심 정책에 휘둘리는 실정"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혁신 등 포용금융을 위한 도전을 하는 건 좋지만, 일단 중저신용자 지원을 도맡는 인터넷은행들의 성장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 먼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Picture

Member for

11 months 1 week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