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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버팀목 개인소비 지속 약화, 미국 호황 끝나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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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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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소득층 구매력 급락
연소득 5만∼10만 달러 구간 가계도 위축
저소득층 이어 경제 비관론 확대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가 흔들리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주식시장 강세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 위축이 두드러지며 미국 경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주거·식료품·전기요금 등 필수 지출 비용이 치솟고 관세·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까지 더해지는 등 저소득층 재정 여력이 위태로운 가운데, 이 같은 소비 위축이 중산층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저소득층, 임금 상승 둔화·필수 지출 상승 '이중고'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신용평가사 무디스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의 지출 감소가 두드러져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물가 상승과 주거·식료품 가격 인상 등 생활비 전반의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의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필수품 소비조차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주거·전기·가스 요금이 급등하면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하위 20% 계층은 소득의 약 40%를 주거비로 사용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8월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 0.6% 올라 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의류·가전·가구 가격도 관세 영향으로 상승 중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연방정부가 시행했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가계 재정이 빠듯해지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저축 잔액은 최근 팬데믹 이전 대비 22% 감소했다. 병원 치료 등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정적 대응 능력은 더 취약해진 것이다. 또 소매 분석기업 서카나의 마셸 코헨 고문은 “이들은 올 연말 쇼핑 시즌에 신용카드와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부채 확대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동시장의 냉각도 저소득층의 지출을 크게 위축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구인 규모가 두 달째 하락하며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오른 임금의 상승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것도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상위 10% 고소득층 쏠림, 경제 영향 제한적

전문가들은 미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비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등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란 점에서 당장 저소득층의 소비 감소가 거시지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무디스에 따르면 연 소득 25만 달러(약 3억5,000만원) 이상의 상위 10% 소득층은 2분기 전체 소비 지출의 49.2%를 차지했다. 미국 전체 소비의 60% 이상이 상위 10% 소득층의 지출에서 나온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업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올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비자 심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모닝컨설트가 집계한 소비자 심리지수(ICS)를 보면 연소득 1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과 5만 달러(약 6,900만원) 미만 저소득층 사이의 격차는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33포인트에 달했다. 존 리어 모닝컨설트 수석 경제분석가는 “상위 소득층은 401(k) 연금 등 금융자산 가치 상승 덕에 체감 경기가 크게 나아지고 있다”며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저점에서 크게 오른 점이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주식에 투자한 비율이 낮아 증시 호황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주거비 부담 역시 이들의 체감 경기를 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저소득층은 실질 임금 감소 경험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상승도 소비자 심리 차이를 벌렸다. 집을 가진 고소득층이 주택 자산 증가로 심리가 개선한 데 반해 임차인인 저소득층은 집값 상승으로 주거 부담과 내 집 마련 어려움에 따른 실망감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경제학자는 “이번 상황은 1930년대 대공황 때와는 다르다. 모든 소비자가 일제히 가격을 낮추는 '트레이드 다운(trade down)' 현상이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고소득층은 여전히 지출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허리띠 졸라매는 美 중산층, 경제 위기감 확산

문제는 소비 위축이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중산층의 소비심리는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중산층을 포함한 미국 소비자 전반의 심리 악화는 시장이 주목하는 주요 심리지표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미시간대학교가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무역 협상 진전과 증시 랠리에 힘입어 지난 6~7월 상승했다가 8월에 58.2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5.7% 반락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도 지난달에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WSJ는 주요 원인이 미국 중산층의 경제 심리 위축에 있다며 "중산층의 분위기가 '안정'에서 '압박'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소득 연 5만 달러 미만의 가계는 올해 들어 이미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이 커진 상태고, 가계소득 연 10만 달러 이상의 가계는 여전히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소득 연 5만~10만 달러 구간 가계의 심리가 최근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는 것이다.

실제 모닝컨설트의 일간 ICS 자료를 보면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계와 5만 달러 미만 가계는 지난달 심리지수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5만~10만 달러 구간 가계만 심리지수가 4%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6월 고점과 비교하면 낙폭이 10%를 웃돌았다. 모닝컨설트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으로 여겨지면서 중산층 소비자의 심리가 잠시 호전되는 기간이 있었다가최근 들어 심리가 급격히 악화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중산층은 전체 소비 비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 내수시장의 실질적 기반을 형성한다. 그런 만큼 중산층 지출의 둔화는 경기 침체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대 전환점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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