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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없는 낙원’ 중동으로 눈 돌리는 백만장자들, 글로벌 경제 권력 이동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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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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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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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백만장자' 대이동
한국도 작년 대비 2배 떠나
중동, 세계 부 빨아들이는 허브로 부상

최근 글로벌 백만장자의 국경 간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거주지의 세금 부담이 증가하면서다. 런던 등 전통적인 부 중심지의 영향력이 줄고,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백만장자의 새로운 허브가 부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제 권력 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처음으로 ‘부자 유출’ 세계 1위 국가로

22일 글로벌 투자 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파트너스(Henley&Partners)의 '2025년 부의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유동성 투자자산 100만 달러(약 14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High-Net-Worth Individual·HNWI) 14만2,000명이 거주지를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로, 2023년 12만 명, 2024년 13만4,000명 등 이동 규모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이동의 진원지는 '전통적인 부의 수도'로 불려 온 영국 런던이다. 지난 4월 200년 넘게 유지돼 온 비거주자 세제 특례가 폐지되면서 영국은 올해 1만6,500명의 고액 자산가 순 유출을 기록하며 세계 1위 유출국이 될 전망이다. 2위 유출국인 중국(-7,80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유럽 국가가 자본 유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줄크 슈테펜 헨리앤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서 “영국은 현재 자본이득세와 상속세 인상, 정치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백만장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바이에 글로벌 뭉칫돈

반면 ‘중동의 싱가포르’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는 9,800명의 순 유입을 기록하며 전 세계 부를 빨아들이는 최대 허브로 떠올랐다. 배경으로는 '관할권 차익거래'가 지목된다. 부유층이 국가 간 세금, 규제, 정치적 안정성의 차이를 활용해 자산과 거주지를 최적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글로벌 부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의 고액 자산가 전문 관리업체 UBS 글로벌웰스는 "향후 20~25년간 83조 달러(약 11경5,0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거대한 부의 이전' 현상과 맞물리면서 이들의 움직임은 국가 간 부의 불균형과 경쟁 구도를 심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UAE의 수도 두바이에 글로벌 뭉칫돈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세금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UAE는 개인소득세, 자본이득세, 상속세가 전혀 없다. 이는 부자들에게 재산을 보존하고 증식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으로 여겨진다. 두바이는 또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해 있으며, 자유무역지대(FTZ)와 같은 비즈니스 친화적 정책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부유층, 특히 부동산, 기술, 무역 분야의 기업가들은 두바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바이의 부동산 시장은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자랑한다. 영국 시장조사 업체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의 고급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연평균 15% 상승했다. 또한 두바이 정부는 블록체인, AI, 핀테크 산업을 적극 육성하며 글로벌 테크 기업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실제 두바이상품복합거래소(DMCC)는 세금 면제와 간소화된 사업 설립 절차로 2만 개 이상의 기업을 유치했다.

이에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들도 두바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J.P.모건은 작년 두바이에 프라이빗뱅킹(PB)팀을 신설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런던에서 두바이로의 인력 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엑소더스포인트(ExodusPoint), 노스락(North Rock) 등 주요 헤지펀드의 핵심 운용역 다수가 올해 두바이로 이주했다. 이는 영국의 세제 변화와 두바이의 금융 허브 육성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상속세 내느니 탈한국

이번 조사에서 고액 자산가 순유출 규모 세계 4위를 기록한 우리나라에서도 중동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한국의 부유층 순유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3년에는 800명으로 전년 대비 2배 늘며 7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또한 전년 대비 50% 늘어난 1,200명이 한국을 떠났다. 올해 역시 2,400명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의 순 유출이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부자들의 탈한국 행렬이 이어지는 주된 요인은 상속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제 변화는 고액 자산가 이동을 촉발하는 가장 강력한 '방아쇠' 역할을 한다. 실제 한국의 상속세율(50%)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보다 훨씬 높은 데다 상속 면제한도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낮아 투자이민 비용이 상속세보다 훨씬 덜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대주주 할증 과세 적용시에는 상속세율이 60%로 올라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높은 상속세율로 막대한 상속세를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한 부유층들이 상속세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투자 이민에 나서면서 한국 부자들의 이민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고액 자산가의 이동은 거시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인 부의 중심지일수록 소수 고소득층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은데, 이런 세수 집중 구조로 고소득층의 거주지 이동이나 소득 변동에 따라 재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는 각국 정부에 딜레마를 안긴다. 재원 마련을 위해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면 부자 이동을 가속할 수 있고, 반대로 세금을 낮추면 재정 건전성과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화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고액 자산가는 기업가, 투자자, 고숙련 전문가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이동이 해당 국가의 혁신 생태계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부자 전문 조사업체 뉴월드웰스의 수석연구원 앤드류 아모일스는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부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장 대부분이 투자이민 등 부자 유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나라들"이라며 "부유층의 이주는 새로운 부 창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부유층의 유출은 향후 경제 활력 저하의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미국 금융회사 에쿼티스 퍼스트(Equities First)는 "높은 상속세율은 더 많은 부유한 한국인들이 이민을 하고 자산을 해외로 옮기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시페어러 펀즈(Seafarer Funds도 "한국의 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과세가 기업가치 및 지배구조 개선 인센티브와 상충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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