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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CGI 인수 앞두고 비정규직 중심 새 노조 출범 勞 "인수 전 매각 위로금·고용 보장 약속, 신뢰 훼손돼" 社 "위로금은 매도인이 책임, 한양학원과 논의했어야"

한양증권 노사가 다음 달부터 단체협상에 돌입한다. 이번 교섭은 KCGI가 한양증권을 인수한 뒤 처음 진행되는 협상으로, 노조 측은 비정규직을 포함한 매각 위로금 지급과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최대주주인 KCGI와 한양증권 측은 위로금 지급 책임이 매도인인 한양학원 측에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노조가 1인 시위 등 실력 행사에 돌입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힐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 절차 지연돼 관련 협의 이뤄지지 않아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 노사는 오는 8월 첫째 주 상견례를 시작으로 단체협상 교섭에 돌입한다. 핵심 쟁점은 '매각 위로금'이다. 노조 측은 "KCGI가 인수 전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관계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용 안정과 위로금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인수 이후 KCGI 측이 위로금 지급 계획이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는 단순한 보상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약속의 문제라며, 향후 노사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는 인수 과정에서 절차가 지연되면서 위로금 등 핵심 사안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KCGI는 지난해 8월 한양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자금 조달과 가격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지연됐다. 이어 올해 3월에는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일시 중단됐다. 세무조사 종료 후 심사를 재개한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인수합병(M&A)을 최종 승인하면서 10개월 만에 인수 절차가 마무리됐다.
매수인이 정규직 위로금 지급한 사례 있어
한편 사측은 강성부 KCGI 대표가 인수 확정 전 매각 위로금과 고용 보장, 노사 상생협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김병철 한양증권 대표는 지난달 노조와 만난 첫 상견례 자리에서 "강 대표로부터 위로금 지급 등의 사항을 전달받는 바 없다"며 "특히 위로금은 지분을 매도한 한양학원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노조가 강 대표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으나, 그 역시 "김병철 대표가 잘 처리할 것”이라는 문자만 남겼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KCGI의 위로금 지급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사모펀드 J&W파트너스가 SK증권 인수 후 직원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6월 J&W파트너스는 SK로부터 SK증권 지분을 인수한 이후, 임원과 계약직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격려금을 지급한 바 있다. 당시 J&W파트너스는 인수 가격을 매각가보다 약 10% 할인받았는데, 업계에서는 매각 측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위로금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할인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반적으로 M&A가 마무리되면 경영권을 매각하고 떠나는 측에서 직원에게 보상 차원으로 매각 위로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 M&A 협상 결과에 따라 매도·매수인이 나눠 부담하거나, 매수인이 전액 지급하기도 한다. 다만 이번 한양증권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 조합원 101명 중 다수가 계약직으로, 정규직에만 위로금을 지급한 J&W파트너스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계약직까지 위로금을 지급하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1인 시위 돌입, 사측 불응 시 파업 등 검토
현재 위로금 지급, 고용 안정 등을 놓고 협상을 주도하는 노조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 윤곽이 드러난 지난해 8월 비정규직 직원을 중심으로 새롭게 결성된 조직이다. 이들은 정규직 중심이었던 기존 노조와 달리 비정규직의 권익 보호를 목표로 내세우며 단체교섭 주체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출범 당시부터 매각 위로금 지급과 고용 보장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사측의 명확한 답변이 없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경 노선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조합원 수는 기존 노조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KCGI가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인수 계약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노조는 경영부실과 고용 보장 문제를 이유로 매각 반대 시위를 전개했다. 당시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모펀드의 재매각과 차익 실현 목적 투자가 고용 불안과 경영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스토어, 넥스틴 인수 불발 등 과거 KCGI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사례를 근거로 무리한 자금 조달로 인한 경영 부실과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며, 구체적인 고용 보장 방안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근에는 단체협상을 앞두고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8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투쟁 방향을 확정한 뒤, 같은 날부터 한양증권 본사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합원의 수가 많지 않고 조직이 강성하지 않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소규모 행동부터 시작해 단체협상 교섭과 병행하며 투쟁 수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최광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양증권지부 지부장은 "현재는 1인 시위로 시작했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으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