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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882억 부당대출' 적발, 내부통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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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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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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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 조직적 부당대출·사고 은폐 사건 발생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부당대출액만 882억원
쇄신안 제시했지만 실효성은 '글쎄'

금융감독원이 IBK기업은행의 800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건을 적발했다. 다수의 직원이 조직적으로 배임 행위를 하고, 사건을 은폐·축소하다가 꼬리를 잡힌 것이다. 기업은행 측은 내부 통제 부실을 시인하며 쇄신 계획을 내놨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미 조직 기강이 무너진 시점에 단순 쇄신안이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기업은행, 부당대출 '덜미' 잡혔다

25일 금감원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 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 결과를 발표하고, 기업은행 내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사건과 금품 수수, 금융사고에 대한 허위·축소 보고 정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A씨는 부동산시행업 등을 영위하며 기업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 B씨(팀장·심사역) 등 28명과 785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 사고를 저질렀다.

우선 A씨는 허위 증빙 등 '쪼개기 대출'을 통해 자기 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했다. A씨 본인이 대표로 있는 C법인 명의로 기업은행으로부터 허위 용도의 운전자금대출(4억원)을 받은 뒤, 이 대출금을 A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또 다른 D법인의 자기자금으로 가장한 후 60억원의 대출(잔금 용도)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B씨와 은행 지점장 등은 이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다.

아울러 A씨는 D법인 계좌에 거래처 관계자 등 4명이 24억원을 입금하도록 해 마치 이를 D법인의 자기자금인 것처럼 가장하고, 여신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사업성 검토서상 자금 조달 계획 등을 허위로 작성했다. B씨는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D법인이 신청한 지식산업센터 공사비 조달 목적의 대출(59억원)을 승인했다. A씨는 대출을 받은 뒤 다시 거래처에 24억원을 반환했다.

A씨는 경기도 시흥 소재 미분양 상가 25호실을 보유한 건설사의 청탁을 받고, 기업은행 재직 시절 동기인 심사센터장 E씨 및 3명의 지점장을 알선하기도 했다. 이들은 허위 매매계약서를 통해 매매가를 부풀린 미분양 상가 구입자금대출 등 총 216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승인했다. A씨는 대출 알선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12억원을 수수했다.

이외에도 A씨는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를 '기업은행 점포 입점 후보지'로 직접 추천하는가 하면, 기업은행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해당 부지에 실제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켰다. A씨는 해당 고위 임원에게 장기간에 걸쳐 국내외 골프 접대를 했으며, 점포 입점 직후인 지난 2022년 11월부턴 고위 임원의 자녀가 A씨 소유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가장해 자녀 계좌에 2년에 걸쳐 6,700만원을 입금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A씨로부터 총 15억7,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한 총 23명이 A씨로부터 국내외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사고 은폐·축소 시도까지

A씨 외 관련자들의 추가 부당대출 정황도 확인됐다. E씨의 경우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한 법인과 공모해 이 법인이 실소유한 또 다른 법인의 대표를 자신의 처형으로 교체하고,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자금 용도 허위 기재 방식으로 27억원(5건)의 부당여신을 승인했다. E씨는 처형 급여 계좌를 통해 약 2년 6개월간 9,800만원을 수수했고,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골프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전·현직 직원 간 부당대출 사례도 있다. 기업은행의 한 현직 직원은 지난 2017년 3월 같이 근무한 퇴직 직원의 지식산업센터 시행사업에 2억원을 투자하고, 퇴직 직원의 요청에 따라 자금 용도 및 대출 증빙 확인 없이 총 70억원(2건)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이후 이 현직 직원은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퇴직 직원이 시행한 지식산업센터 내 4억원 상당의 부동산(2개 호실)을 수수했다. 이들의 사례를 포함해 이번 수시 검사에서 드러난 부당대출 규모는 총 882억원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이 같은 비위 행위를 이미 제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9~10월 중에는 자체 조사를 통해 금융 사고에 다수 지점 및 임직원이 연루됐다는 사실도 인지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이를 곧바로 금감원에 보고하기는커녕, 'OO지점 여신 관련 검사 방안 등 검토 결과'라는 별도 문건을 마련하며 사고 은폐·축소를 시도했다. 관련 보고서에 A씨를 퇴직 직원이 아닌 '지인' 등으로 표시하며 A씨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아울러 다수 지점이 연루돼 있는 금융 사고는 '동시 감사'가 원칙임에도 불구, 지점 간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시차를 두고 '분할 감사'를 실시했다.

기업은행의 '쇄신 계획'

내부 통제 부실로 인해 대규모 금융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기업은행은 여론 수습을 위해 26일 본점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IBK 쇄신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사고가 △내부 통제 및 업무 프로세스의 빈틈 △시스템의 취약점 △불합리한 조직 문화 등에서 기인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쇄신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부당대출 연루 직원에 대한 일벌백계를 실시하고, 부당대출 발생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대출을 내줄 때마다 담당 직원과 심사역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받아 이해 상충을 선제적으로 회피하도록 하고, '승인여신 점검 조직'을 신설해 영업과 심사 업무 분리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내부 통제를 무력화하는 부당 지시 관행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 외부에 위치한 독립적 내부자 신고 채널을 만들고, 내부 고발자에 대한 불이익을 원천 차단하기로 했다. 자진 신고자 면책 조치 등도 조속히 마련한다. 

이해 상충 등 부당 행위를 점검하는 ‘검사 업무’도 쇄신한다. 감사 프로세스 점검과 비위 행위 등에 대한 검사부 내부 고발을 담당하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사 자문단을 운영해 검사 업무의 공정성과 엄격함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에 더해 무관용 엄벌주의를 조직 문화에 정착시켜 온정주의를 해소하고, 경영진의 일탈 및 내부 통제 미흡에 대해서는 직무 해임 등 중징계를 통해 의무와 책임을 강화한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의 범행이 아니라 다수의 은행원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인 만큼, 여타 금융 사고 대비 심각성이 크다고 본다”며 “은행 조직의 기강 자체가 크게 무너진 상황인 만큼 내부 통제안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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