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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비해 낮은 급여, MZ세대 퇴사 늘어 상대적 연봉 높은 직장으로 대거 이직 작년 재취업자 43명 중 25명 민간 금융사 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직원들의 처우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억’소리 나는 연봉에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타 기관, 민간기업 등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여간 증시 호황으로 성과금을 두둑이 챙긴 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들과 비교하자니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 일도 아닌데, 왜 밤새워가며 일해야 하나"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17일 금감원 내부 인트라넷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즉각 금감원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에 직접 응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게시했다. 해당 성명엔 금감원 노사의 임금단체협상이 4개월째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 원장 때문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임단협이 시작됐는데 노사 교섭에서 이 원장은 한 차례만 얼굴을 내비쳤다고 했다. 또한 노조는 물밑 교섭을 위해 이 원장에게 여러 차례 면담을 요구했음에도 이 원장 측이 마냥 면담을 피한다고 주장한다. 한 직원은 “이 원장이 금감원 최고의사결정권자인데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직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9년 설립된 금감원 노조는 전체 가입대상 직원 2,400여 명 중 1,700여 명이 가입한 교섭단체다. 감독 독립성을 위해 2002년 민주노총에서 탈퇴, 현재 개별노조로 운영 중이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속적인 업무과중 해소 및 처우개선을 위한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단체행동에 나선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이 원장이 금감원 소관 외의 일까지 나서는 데 대한 불만이 거세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가 새마을금고를 통해 편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금감원에서 현장 조사를 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검사권은 행정안전부가 갖고 있지만 이 원장의 결정에 직원들은 하지 않아도 될 조사·분석 업무를 챙겨야 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 원장의 이런 활발한 대외활동 때문에 실무진들의 업무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직원은 “이 원장 대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공통적인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억대 연봉에도 불만
또 다른 불만은 임금이다. 2023년 금감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061만원으로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직원의 평균 연봉인 1억7,100만원으로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과 2010년대까지만 해도 민간 금융사 대신 금감원을 택하는 금융권 취업준비생들이 더 많았다"며 “5대 회계법인·7대 로펌이라 불릴 정도로 전문 인력 수요도 많았는데 최근 몇년 새 급여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취업 준비를 할 때는 금감원이 더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었는데 이제는 일반 증권사나 은행에 다니는 직원들과의 연봉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을 퇴사했다는 A씨도 "국익을 위해 소신 있게 일하라고 하지만 민간 금융사에 다니는 다른 동기들과 비교하면 괴리를 느끼곤 한다"고 전했다. 금융권, 대기업, 회계법인의 처우가 최근 크게 개선돼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수많은 기업체 종사자들이 적은 연봉에 시퍼런 구조조정 칼날 밑에서 떨며 일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억대 연봉이 적냐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재량으로 자유롭게 연봉 인상을 결정할 수 없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위원회가 통제하고 있으며 연봉 인상은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연봉 인상률도 공무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어 민간 금융사와 격차를 좁히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예비비를 사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향후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회삿돈으로 로스쿨, 변호사 되면 절반은 퇴사
금감원 출신 재취업자 절반 이상이 민간 금융사로 옮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JB금융지주와 Sh수협은행 등 1금융권부터 대부업체와 법인보험대리점(GA)까지 다양한 금융사에 전 금감원 직원 25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이외 금융협회 및 금융 관련 사단법인 취업자가 7명, 로펌 취업자가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일반 기업 취업자는 4명이었다.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 후 3년 동안 취업제한을 받는다. 다만 퇴직 전 5년 동안 다뤘던 업무와 새로 취업하려는 곳의 업무 간 밀접한 관련이 없다면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거쳐 취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재취업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연봉이 더 높은 직장으로 이직하고 있는 셈이다.
회삿돈으로 로스쿨을 다니면서 변호사가 되면 퇴사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2015년부터 국내나 해외 대학 등에 2년 동안 직원을 보내는 학술연수 프로그램에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을 포함시켰다. 이후 매년 일부 직원들을 선정해 로스쿨로 학술연수를 지원해 주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9명이 선발됐는데 이들 중 7명이 변호사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연수를 받는 동안에도 매달 받던 급여는 물론 연평균 1,000만원 정도의 학비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변호사가 된 7명 중 4명은 변호사 자격증 취득 후 1~4년 이내에 퇴사했다. 이를 두고 한 국회의원은 "습득한 지식과 체험 이런 걸 가지고 자기 기관의 발전을 시키라고 하는 것인데, 변호사 자격증이 퇴직의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