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도 아니고 XRP를 사겠나" 애플의 XRP 매입설, 시장은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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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인플루언서 "애플, XRP 대량 매입할 것" 주장 수익성·안정 추구해 온 애플, 고위험 자산 떠안을 이유 없어 일각에서는 애플-리플 '협력설' 제기되기도

애플이 암호화폐 리플(XRP)을 매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암호화폐 인플루언서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게재한 글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며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해당 주장에 공식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 애플이 암호화폐 시장 진출 의사를 드러낸 점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XRP 사들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서는 애플이 XRP를 사들일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하고 있다. 소문의 근원지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4만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암호화폐 인플루언서(@Cobb_XRPL)가 SNS X(엑스, 구 트위터)에 게재한 글로 추정된다. 해당 사용자는 애플이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 암호화폐 매입을 곧 발표할 예정이며, 매입 대상이 리플이라고 주장했다. 공식적인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후 며칠간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게시글을 퍼 나르며 동요했다. 근거 하나 없는 인플루언서의 주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암호화폐 투자 사례가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일본 메타플래닛 등은 비트코인을 사실상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장사 비트마인 이머전(BitMine Immersion)은 152만여 개의 이더리움을 보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업 재무 구조에 암호화폐가 포함되는 것이 더 이상 '별난 일'이 아닌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시장 반응은 회의적
다만 시장은 애플의 리플 매입설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애플은 현재까지 암호화폐 산업에 사실상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으며, 단 한 차례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밝힌 적이 없다. 아이폰 운영체제(iOS) 역시 오래전부터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인앱 구매를 제한해 왔고, 올해 들어서야 규정을 완화해 앱 외부 링크를 통한 암호화폐 구매를 허용했다. 암호화폐 결제가 허용됐다고 해서 애플이 곧바로 특정 암호화폐 자산, 그것도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보다 인지도가 낮은 XRP에 거액을 투자할 가능성은 낮다.
XRP가 끌어안고 있는 리스크 역시 매입설의 허점으로 꼽힌다. 현재 XRP는 법정 싸움과 규제 이슈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반면 암호화폐 시장의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은 전 세계 자산 규모 순위에서 애플과 대등하게 경쟁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고, 국제적인 기관 및 일부 국가에서도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애플이 비트코인 대신 XRP를 택할 이유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애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고수했고, 혁신보다는 안정과 수익성을 우선시해 왔다"며 "고위험, 고변동성 자산인 XRP를 굳이 보유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애플, 리플 관련 서브도메인 개설
일각에서는 애플이 XRP를 매입하지는 않더라도, 리플과 협력 전선을 구축할 수는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달 서브도메인 추적 서비스 바크(Bark)는 ‘ripple.apple.com’이라는 새로운 주소가 생성됐다고 밝혔다. 애플이 리플 관련 서브도메인을 개설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애플이 리플 생태계와의 기술적 연계 가능성을 검토 중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애플과 리플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협력이나 파트너십을 발표한 적이 없다. 해당 서브 도메인에 접속해 봐도 별도의 페이지나 기능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도메인 개설이 단순한 내부 테스트인지, 전략적 제휴의 신호탄인지는 불명확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애플이 애플페이에 리플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간 접점이 확대되는 현재 시장 트렌드와 연결되는 시나리오다.
양사 제휴가 현실화한다면 글로벌 결제 인프라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XRP는 애플의 거대한 고객 기반을 발판 삼아 상거래 환경에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번 논란이 추가 진전 없이 단순 기술적 실험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