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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상장 실패'로 성장 기회 놓친 홈플러스, 남은 건 구조조정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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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상장이 홈플러스 '명운' 갈랐다
상장 실패 이후 부동산 매각해 겨우 자금 조달
"물러날 곳이 없다" 자산 추가 매각 가능성 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는 가운데, 지난 2018년 MBK파트너스가 차입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했던 홈플러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와 MBK가 리츠 상장 실패로 인해 떠밀리듯 점포들을 매각하면서 성장 기회를 놓쳤다는 평이 나온다.

홈플러스의 리츠 상장 시도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자산 유동화 전략으로 리츠를 고려했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금융으로 조달한 4조3,000억원 중 상환하지 못한 2조원대 잔금을 내기 위해서다.

2018년 상장을 시도한 홈플러스 리츠는 홈플러스 매장 51곳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연 7%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했다. 총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역대 최대였고, 정부까지 힘을 실어줘 상장은 무난하게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MBK는 희망 공모가 밴드(4,530원~5,000원)를 기준으로 1조5,000억원에서 최대 1조7,0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당시 홈플러스 리츠자산관리회사(AMC)인 한국리테일투자운용은 2주간의 수요예측 기간 200여 곳의 해외 기관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로드쇼(순회 설명회) 미팅을 진행했지만, 희망 가격을 써낸 곳이 많지 않았다. 신청 수량은 조달 계획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제시한 가격대도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당시 해외 투자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공모 물량이 너무 많았다"며 "기초 자산에서 랜드마크 점포 상당 부분이 빠지며 투자 매력이 떨어졌던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후 2019년 홈플러스 리츠는 상장을 전면 철회했다.

떠밀리듯 부동산 팔아치워

리츠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와 MBK는 부랴부랴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지난해 2월 3,200%를 넘었던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이 어떻게 올해 1,800%로 떨어졌느냐'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동산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며 “홈플러스 인수 후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홈플러스의 점포 매각 대금이 4조원가량 아니냐'고 묻자 김 부회장은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 back), 홈플러스 매장 자산 매각 후 재임차 부분을 포함하면 4조원이 맞다”고 답했다. '세일즈 앤 리스백으로 임대료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세일즈 앤 리스백으로 인해 지출하는 임대료 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전체 임대료의 25% 수준”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와 MBK가 이미 수조원 규모 자산을 처분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들이 리츠 상장 실패로 인해 기회를 놓쳤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이라는 전략적인 도전이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부동산들을 매각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각이라도 잘 됐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많이 팔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이어 "리츠가 상장 실패 없이 성장했으면 마트 폐점 및 효율화도 쉬웠을 것이고, 오피스텔·상가 개발을 통해 주변 입지를 크게 개선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점포 추가 매각 전망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와 MBK가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사실상 금융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점포 매각 등 구조조정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실제로 MBK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이후 4개 점포 추가 매각, 16개 점포 폐점 등을 골자로 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19개 점포의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6월 법원에 제출할 회생 계획안에 담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검토한 바 없는 문건’이라고 반박했지만, 계획안 제출 기일이 다가오는 현 상황에서 해당 방안이 수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애초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진행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간 MBK의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 매각 시도는 노조의 반발에 번번이 무산돼 왔으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다면 채무 변제라는 '명분'을 손에 쥘 수 있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변제 계획이 통상 법원이 선임한 관리인을 중심으로 세워진다는 점도 MBK 입장에서는 호재다. 홈플러스의 관리인은 MBK의 김 부회장이다.

다만 MBK는 이 같은 '구조조정설'을 부인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4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회생 계획안에 점포 폐점과 매각을 포함한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기업회생 신청 이후로는 자체적으로 점포를 효율화하거나 구조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도 “구조조정이 없도록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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