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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 둘러싼 논란 지속 지출 축소로 인한 악영향이 증가로 인한 순기능보다 크다? 과거 데이터 보면 ‘비슷’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각국 정부는 2008년 금융 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경제 위기 시에 어김없이 재정 부양책을 사용해 왔다. 이때 정부 지출의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인 정부 지출 승수(government spending multiplier, 정부 지출이 GDP에 미치는 영향)가 오랜 기간 논란거리가 돼 왔다. 쟁점은 정부 지출의 증가 또는 감소 여부에 따라 경제 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 위축 효과가 지출 증가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보다 크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 지출 감소로 인한 경제 위축이 증가로 인한 부양 효과보다 큰가?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지출 승수가 대칭적이라는 것이다. 정부 지출 증가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지출 감소로 인한 GDP 감소가 대략 동일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기존 연구들은 재정 승수(fiscal multiplier, 정부 지출 승수와 동일)가 경기 침체기나 성장기와 같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을 지지한다. 미국의 군사 예산 삭감이 증액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결론을 포함해 대부분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한 경제 위축이 증가로 인한 이득을 앞선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대칭 효과가 사실이라면 긴축 정책이나 재정 적자 축소를 고민하는 정부들은 훨씬 신중한 고민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과거 데이터 분석 결과 “대칭에 가까워”
그렇다면 역사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증적 분석은 어떨까? 연구는 제1차세계대전과 제2차세계대전, 한국 전쟁 시 미국의 정부 지출을 중심으로 경제 효과를 관찰했다. 하지만 기존 이론과는 달리 지출 감소가 GDP에 미치는 악영향이 지출 증가로 인한 순기능보다 크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차라리 두 방향 모두 동일한 폭으로 움직이는 쪽에 가까웠다.

주: 제1차세계대전(좌측), 제2차세계대전(우측), 정부 지출(주황), GDP(청색), *정부 지출과 GDP는 잠재 GDP로 나눈 값을 사용/출처=CEPR
새로운 연구는 1세기가 넘는 기간 미국의 역사적 자료를 통해 재정 정책의 GDP에 대한 영향을 분석했는데 당시 경제 상황과 시차를 고려했다. 또한 군사 예산 자료를 활용해 경제 상황과 상관없는 외부 요인에 의한 재정 정책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경제 상황과 외부 사건에 의한 정책 변화를 함께 분석한 것이다.
그렇게 도출된 연구 결과는 기존 이론과 같이 재정 지출 축소로 인한 GDP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비대칭적인 승수로까지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GDP와 정부 지출은 증가, 감소에 상관없이 일정한 비율로 수렴했다. 결과적으로 재정 승수가 대칭에 가까워져 예산 축소가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는 기존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다.

주: 재정 지출 증가(청색), 재정 지출 축소(적색)/출처=CEPR
재정 지출 축소 필요하다면 “지나치게 걱정 안 해도”
이번 연구가 이전과 다른 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기존 연구가 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정한 목표 함수와 가장 유사한 함수를 찾는 방식을 사용했다면 최근 연구는 당시 경제 상황과 정책 변화 후 시차에 따른 효과를 분석에 포함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기존 방식이 정부 지출로 인한 경제 효과가 비선형적(nonlinear)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편향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어 자신들의 연구가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분석 과정에서 정부 지출 동결이 지출 증가에 포함돼 결과를 왜곡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번 연구가 맞다면 각국 정부의 재정 정책에 미칠 파장은 크다. 정책 당국은 예산 삭감으로 인한 경제 위축에 대해 과거처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재정 적자 축소 및 경기 부양책, 장기적 재정 계획 등 정책 수립 시 의사 결정이 바뀔 수도 있고 높은 수준의 국채 때문에 고민하는 정부들에게는 더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재정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다는 결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재정 전략 수립 시 이번 결과를 신중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적자 예산 편성 및 세금 정책 수립, 공공 부문 투자 등을 고민할 때 연구가 제시하는 실증적 증거를 감안한다면 더 효과적인 재정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나다브 벤 지브(Nadav Ben Zeev)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교(Ben-Gurion University of the Negev)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overnment multipliers are symmetric to positive and negative spending shocks: New evidenc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