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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주총 D-8, '고려아연 경영권' 다시 '의결권 제한' 국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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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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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또다시 상호주 제한 활용
영풍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
'홈플러스 사태' 변수 속 양측 영향 촉각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제한 문제로 또 다투고 있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에 이어 정기 주총에서도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영풍은 유한회사 신설, 법원 가처분 신청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작년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4%를 가진 최대주주로, MBK와 함께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고 있으나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경영권 확보가 어려워진다.

관건은 영풍 측 의결권 제한 여부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 수 상한 설정을 비롯한 7개 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핵심은 신규 이사 선임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고 영풍·MBK는 과반을 차지하는 게 목표다. 지분율은 영풍·MBK 측(40.97%)이 앞서지만, 소수주주가 많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34.35%)에 유리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향방을 확신할 수 없다. 집중투표제는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특정 후보에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어 소수주주에 유리하다.

이번 주총에서는 고려아연이 또 한번 상호주(두 기업이 서로 보유한 주식) 규제를 활용하면서 영풍 측 의결권이 제한되는 지가 최대 변수가 됐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이자 주식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가 썬메탈코퍼레이션(SMC)으로부터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았다고 밝혔다.

영풍 지분을 넘겨받은 SMH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SMC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로써 기존에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이었던 순환출자 구조가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 "화해하자" vs 영풍·MBK "법적 대응"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월 23일 열린 임시 주총을 앞두고도 같은 방법을 써서 영풍 측 의결권을 박탈했다. 당시 일단 승기를 잡은 고려아연 측은 MBK가 명망 있는 사모펀드라고 추켜세우며,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당시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억지로 만들어낸 주장과 비방이 난무하는 소모적인 갈등을 멈춰야 할 때"라며 "MBK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결권을 박탈당한 영풍·MBK 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당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순환출자 구조 불법성을 강조하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유상증자, 집중투표제까지 시도한 최 회장이 상호주 제한 전략을 마지막에 꺼낸 이유는 스스로 그 불법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형사처벌 가능성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 측이 공정거래법 22조와 3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22조는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사 간 출자를 금지하며, 36조 1항에는 '누구든지' 이 규정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그 대상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외국법인임에도 SMC가 영풍 지분을 취득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게 영풍·MBK 측 입장이었다.

법원은 영풍·MBK의 손을 들어줬다.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고려아연이 활용한 호주 손자회사이자 유한회사인 SMC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영풍·MBK 측은 더욱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섰다. 영풍은 임시 주총에 대한 법원 가처분 판결 직후, 유한회사 YPC를 새로 설립해 보유하고 있던 고려아연 지분을 현물 출자했다. 상호주 제한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영풍·MBK 측은 지난 17일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주총 이전에 법원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인용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사진 = 고려아연 노동조합

고려아연에 'MBK 포비아' 확산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일단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성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영풍·MBK가 지분율을 앞세워 이사회 장악 및 경영권 확보까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따른 MBK의 책임론 확산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고려아연의 주요 투자자로 나선 상황에서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투자 신뢰도 하락이 경영권 확보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최 회장 측은 “MBK는 사모펀드의 특수성으로 단기 투자 후 수익을 남기고 빠져나갈 것이므로 고려아연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왔는데,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최 회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MBK의 손에 넘어갈 경우, 이익이 최우선인 사모펀드 MBK가 국가 전략산업체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거론된다.

중국은 배터리,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인 안티모니와 인듐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어 탈중국 공급망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규제 대상인 안티모니, 인듐, 텔루륨, 비스무트 등 전략 광물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황산, 니켈 등 국내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의 필수 소재를 공급하는 중추 역할을 고려아연이 맡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MBK 측은 “핵심기술을 중국 회사에 이전하는 것은 고려아연에 타격을 줄 것이고,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MBK 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도 “MBK와 중국 간의 강력한 유대관계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중요 광물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AFE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정제 아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고, 다른 중요 광물의 60~90%를 지배하고 있다.

잭 넌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당)도 지난달 18일 토마스 러스틴 미 국무부 차관보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이 MBK가 주도하는 적대적 M&A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중국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통제력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넌 의원은 특히 “고려아연은 세계적인 아연 제련기업으로 미국 내에서도 계열사를 통해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며 “미국은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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