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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치는 ‘가상자산 폰지사기’, AI·퀀트 등 전문용어 내세워 투자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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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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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차익거래로 하루 2% 수익 홍보
“갑자기 출금 안 된다” 피해자 속출
장수군서만 농민·공무원 등 4,000여 명 가입 추정
사진=퀀트바인

최근 경기 불황을 틈타 가상자산을 활용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곳곳에서 가상자산 사기 업체들은 인공지능(AI), 퀀트투자, 아비트라지(차익거래) 등 최신 기술과 전문 용어를 활용하며 가상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공략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 경찰청에 퀀트바인 수사의뢰

19일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경찰청에 퀀트바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3시 기준 퀀트바인 피해자모임 카페 가입자는 지난주 4,000명에서 5,700여 명으로 불어난 상태며, 국회 전자청원에는 퀀트바인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금감원은 퀀트바인과 유사한 업체들이 여전히 많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고,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경보를 현재의 ‘주의’ 수준에서 ‘경고’ 수준으로 격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퀀트바인은 하루에 2%(연 13만7,600%)의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퀀트바인 이용자는 100~300테더(USDT)만 투자할 수 있다. USDT는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1USDT는 1달러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 최대 투자 가능 금액이 300달러(약 43만원)인 셈이다. 퀀트바인 피해자들은 투자 가능 금액이 비교적 소액이라는 점에 안심하고 투자했다. 사기 사건이 발생해 투자금을 모두 잃어도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퍼진 그럴듯한 수익 인증글을 보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투자한 것이다.

퀀트바인은 전형적인 폰지사기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약속한 수익을 배분했다. 이에 투자자 일부는 퀀트바인에 믿음을 갖고 퀀트바인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수익금으로 재투자하는 것이라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또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면 수익률이 올라간다. 퀀트바인도 신규 투자자에게 USDT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열며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다 지난 12일 출금을 막고 잠적했다.

퀀트바인 사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전북 장수군으로 알려졌다. 퀀트바인에 가입한 장수군 주민들은 3,500~4,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장수군 전체 인구(2024년 1월 2만951명)의 5분의 1에 달하는 인원으로 투자자는 농민, 공무원, 건설업, 정치인 등 여러 직종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9년 ‘희대의 가상화폐 사기사건’으로 유명세를 떨친 에어비트클럽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당시 전북 군산을 비롯해 전국 5개 지역에서 다단계 형식으로 벌어진 해당 사건은 약 2,000명의 피해자와 680억원의 피해금액으로 지역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특히 군산 지역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들까지 관여하면서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간판만 바꾼 유사 퀀트바인 업체, SNS서 활개

현재 피해자모임 카페에서는 퀀트바인과 비슷한 원리의 폰지사기 사례가 여럿 공유되고 있다. 이런 업체의 공통적인 특징은 회사를 ‘해외에 본사가 있는 기술 업체’로 소개하고, ‘국내 공식사이트’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또한 AI나 퀀트투자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적은 투자금으로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는가 하면,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등 대형 가상자산거래소를 협력업체로 소개한다. 영국판 퀀트바인, AI 양적거래, 가상자산 채굴, 앱테크 등 간판은 다양하지만 실체는 퀀트바인과 판박이다.

특히 이런 업체들은 초반에 여러 투자자 유입을 위해 투자금의 일부분을 배당금 명목으로 배당하고, 레퍼럴(추천)코드로 지인을 투자 유치하면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실제로 배당을 받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소개하면서 피해자가 순식간에 불어난다. 실제 A사는 하루 6%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자를 유치해 레벨을 올리면 투자 가능 금액이 높아지고 수익률도 높아지는 구조다. A사에 투자하라고 홍보하는 사람들은 "퀀트바인에는 문제가 생겼지만, A사는 안전한 투자처"라고 주장하고 있다.

챗GPT 콘셉트를 차용한 B사도 퀀트바인과 수법이 동일해 폰지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는 B사에 3만원을 투자했더니 6개월 만에 300만원을 벌었다는 수익 인증글이 공유되고 있다. 이밖에 가상자산 채굴 업체라는 C사, 일본에서 공전의 인기를 끌고 최근 한국에 진출했다는 가상자산 업체 D사 모두 폰지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확정 수익 주는 가상자산 업체는 사기”

‘조작한 코인 가격 그래프 제시’도 사기 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 중 하나다. 이들은 특정 코인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돼 가격이 급등했다며 허위·조작된 시세 그래프를 보여준다. 하지만 해당 그래프는 사기를 목적으로 코인 시세를 급등시킨 가짜 그래프다. 사기 업체들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특별물량을 판매(프라이빗 세일)하는 것이라며 투자 직후부터 원금은 물론 고수익이 보장된다고 피해자들을 현혹한다.

이외에도 ‘가짜 상장 공지’, ‘허위 원금 보장 약정서 제시’도 사기 범죄에 활용되고 있다. 가짜 상장 공지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가 상장 예정임을 공지한 것처럼 조작된 가짜 문서를 보여주면서 이른 시일 내에 국내 거래소에 상장 예정이라고 투자자를 속이는 것이다. 허위 원금 보장 약정서 제시의 경우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원금 손실 시 매입 가격 또는 수십 퍼센트 높은 가격에 재매입해준다는 내용의 허위 약정서를 작성해 투자자에게 주는 수법이다.

이를 눈치챈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현금화를 시도하면, 투자금의 극히 일부분을 인출할 수 있도록 설정해 두거나 출금을 정지시키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한다. 현재 사이트를 폐쇄한 퀀트바인의 경우 폐쇄 전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재충전할 경우 인출이 가능하다며 입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최근 가상자산 투자 관련 불법 업체들의 수법이 점차 지능화·정교화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불법 유사수신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융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도 가상자산 투자를 빙자한 사기 업체들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진다며 소비자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조금만 유심히 살펴봐도 문제가 있는 사이트는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에서 가상자산업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여야 한다. 금감원은 미신고 사업자는 투자사기 가능성이 커 금융정보분석원 홈페이지의 신고현황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확정 수익’, ‘원금 보장’ 등의 문구는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법적인 투자업체는 항상 원금 손실 가능성을 명시하며 새 회원 유치에 과도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은 전형적인 폰지사기의 특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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