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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7연속 기준금리 인하 단행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선제 대응 차원 ECB·영국·멕시코 등도 금리인하 도미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도 예외 없는 ‘무차별 관세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세계 각국들이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하는 등 선제적 방어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관세 위협이 장기화할 경우 돈을 풀어 물가만 오르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전 세계로 번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 기준금리 3.00%→2.75%
13일(이하 현지시각) CN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전날 금융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 3.00%에서 0.25% 포인트 내렸다. BoC는 지난해 6월 첫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뒤 이번 달까지 총 일곱 차례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내렸다. 9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총 225bp(1bp=0.01%포인트) 인하, 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중앙은행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6∼9월 회의에선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지만 지난해 10월 및 12월 회의에선 두 번 연속으로 인하 폭을 0.50%포인트로 키운 바 있다.
BoC는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했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우리는 지금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장기적인 관세 전쟁이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와 고물가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금리 인상이나 인하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침체로 인한 인플레이션 하락 압력과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의 시기와 강도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 결정에는 신중하겠다는 얘기다.
맥클렘 총재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 정책에 직면한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 억제에 집중했던 중앙은행들은 이제 관세 부과금, 통화 변동성, 수요 둔화가 미칠 잠재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정책 변경은 경제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BoC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1분기 캐나다 GDP를 둔화시킬 수 있으며 고용시장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월 인플레이션율은 2.5%로, 지난 1월 1.9%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BoE도 금리 0.25%P 인하
BoC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도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예금금리를 2.75%에서 2.50%로 낮췄다. 기준금리는 2.90%에서 2.65%로, 한계대출금리도 3.15%에서 2.90%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6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이후 5차례 연속 금리 인하다. 이날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대부분의 근원 인플레이션 지표가 우리의 중기 목표치인 2%로 계속해 내려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무역 긴장 고조로 유럽 경제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CB의 이번 금리 인하 조치는 시장이 예상한 대로였다. 시장에서는 ECB가 이후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보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발 무역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유럽의 재무장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고, 멕시코는 무려 0.5%포인트 내렸다. 멕시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경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중 하나인 만큼 다른 국가 대비 인하율이 컸다는 평가다. 호주 중앙은행도 지난달 1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2020년 11월 이후 4년 만에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한은 "추가 금리 인하 여지 있다"
한국은행도 새로 개발한 지표를 근거로 최근 국내 금융상황이 대체로 중립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경기부양 측면에서 아직 금리 인하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13일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새로 개발 금융상황지수(FCI-G)를 소개하면서 “지수로 보면 2023년 10월 이후 국내외 금리 인하 기대를 선반영한 장기금리 하락 등 영향으로 긴축 정도가 축소됐으며, 최근 금융상황은 대체로 중립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이 이번에 새로 도입한 FCI-G는 금융변수 경로 변화에 중점을 둔 지수다. 한은은 FCI-G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금융상황은 지난해 7월까지 빠르게 완화되다가 8월 이후 다소 긴축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우려,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주가·주택가격 하락, 리스크프리미엄 상승 등 영향이다.
한은은 지수 자체는 중립 상태지만,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최창호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지수 기준으로는 현 금융 상황이 이미 중립적이나, 현재 금리는 중립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의 상단에 있거나 중립금리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금융상황지수뿐 아니라 중립금리와 기조적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데, 중립금리 상황이나 경기 부양 등의 측면에서 아직 금리 인하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2월 한은이 발표한 올해와 내년 성장률(1.5%·1.8%)은 앞선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올해 2월을 포함한 두세 차례 추가 인하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각국의 행보는 일종의 ‘트럼프 효과’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으로 경제성장률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에 관세가 부과되기 전 선제적으로 성장 눈높이를 낮추고,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리 인하 등은 단기성 처방에 불과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 길어질 경우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완만하게 둔화할 수 있다고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하고 있다”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정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