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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오나" 치솟는 日 국채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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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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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장기채 금리, 줄줄이 '사상 최고치' 경신
일본은행 등도 채권 매입 소극적
엔 캐리 트레이드 메리트 축소돼

일본 국채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물가 상승 △정부 부채 부담 가시화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 각종 악재가 누적되며 채권 투자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본 국채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이 커지며 시장 전반이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日 채권 시장 가라앉는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국채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3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3.14%까지 뛰었다. 이는 해당 만기물이 처음 발행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날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3.6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2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 역시 약 15bp(0.15%p) 급등해 2000년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일본 국채금리가 줄줄이 급상승한 것은 20일 진행된 20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매우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날 20년물 국채 입찰 경쟁률은 2.5배에 그쳤다. 2012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입찰 부진의 또 다른 가늠자인 평균 낙찰가와 최저 낙찰가의 차이는 1.14엔으로, 1987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미국 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던 일본 국채가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국채 수요가 얼어붙은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최근 들어 두드러진 디플레이션 해소 흐름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9월 상승 전환한 이후 눈에 띄는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일본의 막대한 부채 비율과 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선심성 감세 공약,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 등도 일본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IB "엔화 버리고 프랑 투자해야"

일본 채권 시장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채를 사들여 시장을 안정화해야 할 일본은행(BOJ)이 지난해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간 상태기 때문이다. BOJ는 작년 8월부터 국채 매입 규모를 매 분기 4,000억 엔(약 3조8,200억원)씩 줄이고 있으며, 다음 달 개최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내년 이후에도 축소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BOJ의 공백을 메워야 할 민간도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국발(發) 관세 전쟁으로 인해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일본 국채 시장 '큰손'인 대형 생명보험사 등이 채권 투자를 줄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며 “일본의 초장기 국채는 국내 투자자들의 사실상 ‘매수 거부’ 사태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초장기 국채 쇼크가 외환 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년물 국채 입찰의 충격은 해외의 외환 선물 시장에도 미쳤다”며 “투기 자본들이 엔화 매수 포지션을 재검토하고 스위스 프랑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JP모건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존에 추천했던 ‘스위스 프랑 매도, 엔화 매수 포지션’의 해소를 권고한다”며 “엔화에도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하니, 이젠 스위스 프랑의 안정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엔화를 팔고 스위스 프랑으로 넘어갈 경우, 그만큼 일본 엔화의 위험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

시장은 일본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빌려 달러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에 투자해 차익을 거두는 전략이다. 독일의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20조 달러(약 2경7,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05%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감소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줄어들고 엔화 조달 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환율 헤지 비용까지 상승하기 때문이다. 투자 메리트가 줄어들면 엔 캐리 트레이드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이 보유 포지션을 급하게 청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같은 대규모 청산 흐름은 시장 전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국채금리 외에도 수많은 요인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BOJ의 금리 정책 변화다. BOJ는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데 이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0.5%까지 인상했다. 이는 1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오는 6~7월 BOJ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지속되는 약달러 상황 역시 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23일 기준 99.05(기준점 100)까지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더해 미국의 재정 적자 우려,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대폭 하락한 것이다. 달러화 가치가 미끄러지면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상되며 엔 캐리 트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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