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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정조준한 트럼프 노믹스, 시험대 오른 美 '달러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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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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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고관세·약달러 카드로 무역흑자·부채 감축 목표
강달러 반대하는 미란 보고서에 100년 만기 무이자 국채 등 논란
달러 패권 흔드는 트럼프노믹스, 안전자산 美 국채는 매도 속출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고관세·약달러를 협상 카드로 하는,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참모로 알려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스티븐 미란의 '미란 보고서'는 관세 수입으로 국가 부채를 줄이고, 약달러로 수출을 늘리며, 국채를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구상까지 담겨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조합은 인플레이션유발과 금리 인상 압력, 시장 불안정 등 경제학적 모순을 동반하며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의 신뢰마저 흔들고 있어, 글로벌 금융 질서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3대 축은 무역 협상·규제 완화·감세

1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11월 그의 경제 참모로 알려진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작성한 일명 '미란 보고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그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에 선임된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보고서의 업데이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내용들이 쏟아졌다. 지난 7일 미국 유명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기조연설과 9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의 배경과 방향성에 관해 설명했다.

해당 내용을 정리해 보면 미란 위원장은 트럼프노믹스의 3대 축으로 △무역 협상 △규제 완화 △감세를 위한 조세 개혁을 들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2일을 '해방일'이라고 지칭하며, 무역 협상을 통해 각국의 양보를 받아내 무역적자를 완화하고 미국산 제품의 수출 확대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상호관세가 현실화되면 모든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이 13%포인트 올라 세금 감면에 사용할 수천억 달러의 수입을 창출할 것"이라며 "무리한 관세 전쟁이 유발할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관세가 무역 협상의 지렛대이자 세수 확보 수단이라면, 부채 감축은 확보된 재원을 새는 곳 없이 운용하는 또 다른 재정 전략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은 2024회계연도에 국채 이자로만 1조1,330억 달러(약 1,657조원)를 냈는데 새로운 관세 수입으로 부채 원금은 아니더라도 국채 이자의 상당 부분을 메울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란 위원장은 "관세로 얻은 세수를 부채 원리금 변제와 더불어 추가적인 세금 감면에 사용한다면 환상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며 "관세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조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달러와 고관세 속에 저금리와 저물가 유지할 것"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와 국가 축소를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달러 가치 조정'을 강조하고 있다. 미란 보고서의 전체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미란 위원장의 연설, 논문, 언론보도, SNS 게시물 등을 종합해 보면 그가 강달러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를 비판하며 약달러 정책을 일관되게 지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도 미란 위원장은 "강달러가 미국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무역적자를 심화시킨다"며 약달러 정책을 통해 수출을 촉진하고, 동시에 고관세 정책과 결합해 수입을 억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란 모델은 경제학적으로 모순되는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고율 관세는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는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의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약달러는 수입품 가격을 추가로 올려 관세의 실질 효과를 약화시킨다. 이는 약달러와 고관세를 동시에 추진하면서도 저금리와 저물가를 유지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겠다는 미란 위원장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와 관련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관세를 “스스로 초래한 공급 쇼크”로 규정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일부 보도와 온라인 게시물에서는 미란 보고서가 '무이자 100년 만기 국채 발행'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 제안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장기 채권을 발행하고 그 상환 재원을 인프라와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미란 보고서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만약 실현된다면, 글로벌 채권 시장의 신뢰 하락과 달러 가치 저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제안은 미란 위원장의 공식 발언이나 보고서에서 확인되지 않아 신빙성이 낮다. 일각에서는 1980년대 플라자 합의를 떠올려 추측에 기반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브레턴우즈 체제 구조적 한계, 강달러 딜레마 불가피

이러한 정책 혼선 속에 그동안 안전자산의 지위를 유지해 온 미국 국채 가격이 최근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상호관세 정책이 투자 심리를 흔들어 국채 매도세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7일 3.83%에서 8일 장중 4.2%까지 뛰더니 9일 4.47%까지 상승했다. 이틀 만에 0.6%포인트 이상 오르며 2001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1일에는 장중 4.54%를 돌파했다. 채권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으로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팔아치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이 결국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통적으로 미 국채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 때 자금이 몰려 금리가 하락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관세 전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고 국채 매도세로 확산됐다. 미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단순한 금융시장의 문제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채 불안은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감세나 재정 확대 같은 핵심 정책 추진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브레턴우즈 체제의 구조적 한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40년대 도입된 브레턴우즈 체제는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하고, 각국 통화를 달러에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미국이 기축통화국 역할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달러 독주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모순도 내포하고 있다. 전 세계에 달러를 충분히 공급하려면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로 전환하려면 달러 공급이 줄어들어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딜레마는 IMF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트리핀의 이름을 따 ‘트리핀 딜레마’로 불린다.

미란 위원장도 트리핀 딜레마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소 도발적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우리의 무역‧군사 동맹국들이 미국의 단기 국채를 보유할 경우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만약 이들이 무이자 100년 만기 국채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하면, 안보 우산을 철회하는 방식으로 협상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군사력을 지렛대 삼아 약달러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만약 미국이 동맹국의 안보를 볼모로 협상에 나선다면, 협상 대상국들 입장에서도 질 수 없는 승부인 만큼 미국이 원하는 만큼 양보하는 합의문에 쉽게 서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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