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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국산 수입품에 145% 관세 부과 中, 시장 다각화·희토류 통제력 등 대응수단 비축 수출 감소 우려 속 통상적 완충 장치 확대

미국과 중국이 위험한 무역 대치 상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경책을 밀어붙이면서 양대 경제 대국 간 충돌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자국 공산품의 주요 시장으로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 다각화된 수출 시장, 희토류에 대한 지배력 등이 중국에 상당한 협상력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양대 경제대국 간 충돌 심화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립대학의 마르타 벵고아 국제경제학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전자제품과 기계류를 대체하는 것보다 더 쉽게 다른 곳에서 농산물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브라질산 대두를 사들이고 있어 결국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역 통계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3,000억 달러(약 428조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전체 수출의 약 15%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145% 관세는 중국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내 근로자 1,000만~2,000만 명이 미국행 수출에 노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미국의 극도로 높은 관세, 대미 수출의 급격한 감소, 세계 경제 둔화가 결합되면 중국 경제와 노동 시장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회' 전략으로 관세 충격 완화
하지만 중국은 우회 전략을 통해 관세 충격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중국은 전략적 카드로 희토류 통제력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과 처리 용량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취약성을 인정해 첫 번째상호관세에서 핵심 광물을 제외했다. 중국은 최근 제트 엔진과 전기차의 필수 성분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포함한 7가지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이는 핵심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 무역 확대도 관세 타격을 상쇄할 수 있는 주요 무기다. 중국은 또 2018년과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수입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1%에서 지난해 13.4%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며 미국 관세를 우회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했다. 아세안+3 거시경제연구소(AMRO) 경제학자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무역 및 투자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짐에 따라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데 따른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총 인구가 6억9,800만 명에 달하는 아세안 경제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 이 코르 AMR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측이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태양 전지판, 전기 자동차, 배터리 등은 중국 기업이 동남아 지역에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짚었다. 중국은 또한 제조업에 사용하기 위해 동남아시아로 원자재를 수출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미국 관세를 피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베트남과 같은 산업 집약적 국가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AMRO는 중국의 아세안 직접 투자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전략적 카드로 희토류 통제력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과 처리 용량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취약성을 인정해 첫 번째상호관세에서 핵심 광물을 제외했다. 중국은 최근 제트 엔진과 전기차의 필수 성분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포함한 7가지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이는 핵심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다.

중국·브라질, 미국 관세 인상 대응해 농산물 수출 확대 논의
중국은 동남아시아 뿐 아니라 브라질과의 수출 확대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대두와 소고기 등의 대체 공급원을 모색하면서 브라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브라질의 고위 농업 관리들은 이번 주 브라질리아에서 만나 농산물 수출 확대 방안을 의논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브라질의 농산물 수확량 확대와 중국이 기술 및 위생 문제로 최근 28개 현지 공장을 거부한 이후 브라질 도축장의 수출 승인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다. 현재 브라질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한 중국의 기존 관세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한 상태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면서 브라질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으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상승 없이 증가하는 식량 수출을 관리해야 하는 국내 압력에 직면해 있다.
회담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농업 개발 10년 계획도 다룰 전망이다. 2035년까지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계획은 농업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 식량 생산의 자급자족 확대, 국내 곡물 및 육류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한다. 브라질 농업부의 전 중국 관계 자문관이자 브라질 국제관계센터 연구원인 라리사 바흐홀츠는 "중국과 미국이 관세를 놓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브라질은 안정적인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해야 한다"며 "이번 회담은 신뢰를 쌓고, 미국과 중국 간 향후 합의가 브라질의 희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할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