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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토큰화, 암호화폐 아닌 규제 화폐 기반으로 결제 혁신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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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3 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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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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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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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사업으로 확인된 토큰화의 결제 효율성
암호화폐 아닌 규제 화폐 기반 디지털 전환 가속
스테이블코인 규제 강화, 토큰화 예금·CBDC 확산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4년 유럽중앙은행(ECB)은 중앙은행 발행 화폐를 분산원장 기술에 적용해 실제 거래를 처리하는 6개월간의 실험을 진행했다. 총 200건 이상의 도매 거래가 이뤄졌고, 거래 규모는 15억9,000만 유로(약 2조3,7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실험은 토큰화된 화폐가 기존 금융 인프라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확인한 사례다.

2025년 국제결제은행(BIS)은 전 세계 중앙은행의 94%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나 유사한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기존 사후 결제 절차를 토큰화된 결제망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150억~200억 달러(약 20조~26조원)의 비용 절감과 1,000억 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담보 유동화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는 암호화폐가 개입되지 않는다. 핵심은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상업은행 예금, 고유동성 펀드와 같은 규제된 화폐를 디지털 원장에 기록해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2025년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제정해 민간 발행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도 공적 화폐를 기반으로 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정책의 흐름은 암호화폐가 아닌 토큰화로 향하고 있다.

사진=ChatGPT

디지털 화폐의 재정의

지난 10년간 ‘디지털 머니’라는 용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개념을 혼동해 사용됐다. 하나는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로, 은행 시스템 밖에서 존재하도록 설계된 자산이다. 다른 하나는 토큰화로, 예금·국채·머니마켓펀드 지분 등 기존 법적 청구권을 디지털 형태로 구현해 결제망에서 활용하는 방식이다.

영향은 뚜렷이 구분된다.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크지만, 결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반면 토큰화는 기존 화폐를 디지털 플랫폼에 기록해 결제 시간을 단축하고, 자산 인도와 결제를 동시에 처리하며, 배송이나 증빙이 확인돼야 자금이 지급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처럼 토큰화가 결제 인프라 전반을 바꿀 가능성이 커지자, 각국 정책당국은 규제 방향을 정하기 시작했다. GENIUS 법안은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면서도 은행 기능을 모방하는 속성을 제한했다.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화폐의 최종 결제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책의 초점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가 아니라, 디지털 기능을 갖춘 법정화폐에 맞춰져 있다.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토큰화

토큰화는 지금까지 분리돼 있던 결제 지시 전송, 청산, 결제를 하나의 자동 처리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를 ‘통합 원장(unified ledger)’이라 부르며, 중앙은행 화폐·토큰화된 예금·토큰화된 자산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동시에 거래되는 구조로 정의한다.

이 방식의 핵심은 복잡한 절차를 단일 지시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스크로, 담보 교체, 이자 지급과 같은 다양한 금융 절차가 한 번에 실행돼 실패 위험과 운영 비용을 줄인다. ECB의 2024년 실험은 이 방식이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대규모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결제의 안정성은 암호화폐처럼 작업증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화폐를 기반으로 보장된다. 결과적으로 중개 단계가 줄고 조정 절차가 간소화되며, 당일 초과 차입 위험도 줄어든다. 토큰화는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결제 인프라를 개선해 경제적 효율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하나의 통화, 목적에 따른 활용

토큰화 정책의 기본 방향은 단일 통화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용도에 따라 규칙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달러라도 교통 요금 결제에만 쓰이도록 제한하거나, 상품 배송이 확인된 이후에만 대금이 지급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프로젝트 오키드(Project Orchid)’를 통해 목적 기반 화폐(Purpose Bound Money, PBM)를 도입했다. 이 체계는 토큰화된 예금부터 잠재적 소매용 CBDC까지 다양한 디지털 화폐에 조건부 전송 기능을 적용해 통화 단일성을 유지하면서도 활용성을 높였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보조금과 바우처에 안전장치를 둘 수 있고, 기관은 지출 통제와 투명한 집행을 구현할 수 있다. 핵심은 상호운용성이다. 토큰은 기존 계좌와 1대1로 교환돼 단일 통화를 유지하면서도 정책 목적에 맞는 세밀한 설계가 가능하다.

수치로 본 토큰화의 효과

토큰화의 필요성은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500달러(약 66만원) 송금 평균 비용은 4.11%였으며, 2025년 1분기 200달러(약 26만원) 송금 평균 비용은 6.49%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중개 은행망, 환전 스프레드, 규제 비용이 겹쳐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토큰화 기반의 즉시 결제가 도입되면 이런 중간 단계를 줄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의 토큰화도 확대되고 있다. 2025년 6월 미국에서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 운용자산은 약 70억 달러(약 9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담보와 결제 수단으로 활용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2024년 4분기~ 2025년 1분기 전 세계 평균 송금 비용(단위: %)
주: 기간(X축), 평균 송금 비용(Y축)

규제의 경계

경제적 효익을 높이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매용 스테이블코인보다 토큰화 예금과 도매용 CBDC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위기 상황에서 현금처럼 어디서나 동일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불안 시 스테이블코인의 유동성이 흔들리면 결제 수단으로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2025년 7월 발효된 GENIUS 법안은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암호화폐 네트워크가 아닌 기존 은행망과 연계하도록 했다. 주요 은행들은 규제 틀 안에서 토큰화 예금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JP모건이 운영하는 ‘예금토큰(JPM Deposit Token, JPMD)’은 기관 고객이 현금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이동시키되, 기존 규제 체계를 그대로 따르도록 설계됐다. 핵심은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 체계 안에서 디지털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다.

규제 당국은 또 하나의 원칙을 강조한다. 토큰화된 자산이 은행 밖에서 ‘제2의 화폐’처럼 유통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유럽의 도매용 분산원장 실험, 영국중앙은행의 디지털 파운드 협의, 민간 주도의 ‘규제 부채·결제 네트워크(RLSN)’ 등은 모두 공통된 방향을 택했다. 발행 기관은 반드시 감독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거래는 중앙은행 화폐로 결제되며, 모든 과정은 고객신원확인(Know Your Customer, KYC)과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AML) 규제를 거쳐야 한다.

CBDC는 국가가 발행하는 공적 화폐, 토큰화 예금은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은행 화폐, 토큰화 펀드는 저축·투자 자산으로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이렇게 명확한 분류가 있어야 기술적 구현이 가능하고, 감독기관의 관리도 체계를 갖출 수 있다.

2023년 3월 9일~15일 서클(USDC) 일일 거래 범위
주: 날짜(X축), 가격(Y축)/시가(파란 마름모), 고가(파란 엑스), 저가(빨간 엑스), 종가(빨간 원)

토큰화를 둘러싼 논란

토큰화를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절차를 전산 시스템에 직접 구현하면 현실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취소나 예외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프로토콜에 포함시키고, 거버넌스를 통해 감독하면 해결할 수 있다.

또 토큰화 예금이 자동 인출을 가능하게 해 뱅크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설계 문제에 불과하다. 인출 한도 설정이나 단계적 접근 방식을 적용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실시간 결제망(RTP, PIX, UPI)이 이미 운영되고 있는데 토큰화가 필요하냐라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기존 실시간 결제망은 계좌 기반 장부에 맞춰 조정되는 구조여서 결제 이후에도 담보와 정산 절차가 남는다. 토큰화의 강점은 화폐와 자산 결제를 동시에 처리해 이러한 사후 절차를 없앤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펀드별로 제각각 토큰을 발행하면 시장이 단편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BIS는 공통 메시지 표준과 공유 결제 자산을 마련하고, 다중 원장 간 연결을 보장하는 설계를 제안했다. ECB와 영국중앙은행의 도매 실험도 중앙은행 화폐를 공통분모로 삼아 민간 원장의 다양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의 통화, 지금 필요한 선택

규제된 화폐를 디지털화하면 결제는 더 빠르고 안전해지고 운영 비용도 줄어든다. 투기적 자산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중앙은행은 기존 통화 체계를 유지하며 분산원장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입법부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범위를 제한하고,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예금과 현금성 자산을 토큰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책의 쟁점은 ‘국가 대 암호화폐’의 대립 구도가 아니다. 국가 통화 체계 안에서 디지털 기능을 갖춘 법정화폐를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핵심이다. 토큰화를 금융 인프라로 본다면 시간 절약, 담보 효율화, 규제 준수 자동화라는 구체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urrency, Many “Colors”: Why Tokenisation — Not Crypto — Will Rewire Payment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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