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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상, 은행 주도 안정성 vs. 회의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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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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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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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핀테크 합작 컨소시엄 구상
홍콩 ‘달러 페깅 화폐 모델’ 전례
안정성·혁신 균형설계 필요성↑

금융당국이 오는 10월로 예고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안 공개를 앞두고 시중은행과 핀테크, 가상자산 거래소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구상이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홍콩은 민간은행이 달러를 담보로 자국 화폐를 발권하는 페깅 구조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한 바 있으며, 이는 한국 논의의 참고점이자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방식이 아닌 ‘도입의 필요성’을 둘러싼 근본적 질문이 정책 판단의 분수령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신뢰 구축 먼저, 기술력 논의는 후순위”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안 공개를 앞두고 여러 주체가 합작법인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시중은행을 비롯해 핀테크, 가상자산 거래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만큼 다양한 주체가 저마다 지분을 확보하는 식으로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아직 정부 차원의 공식 방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은행이 자본 유출을 면밀히 관리하는 동시에 시중 대형 은행들의 발행 권한을 열어주는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을 비롯한 은행권은 자회사 형태로 합작법인을 만들고 지분 51% 이상을 확보해 은행들이 주도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논리에서다. 은행이 주도권을 가져야 자금세탁방지(AML)나 내부통제 같은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검증된 안전장치를 스테이블코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권이 우선 신뢰성을 구축하고, 이후 핀테크 기업의 기술력과 비즈니스모델 등을 활용해 확장성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구상은 지분 구조를 둘러싼 업권 간 신경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은행권은 “발행 주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은행 중심 지분 배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며, 반대로 핀테크 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혁신 주체의 역할을 보장하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과거 은행 독점 체제를 답습하게 된다”는 반론을 내세운다. 현재 일부 금융지주와 블록체인 투자사는 기술 제공과 초기 자금 투입 조건을 내세우며 발행 구조 설계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심 있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합류할 수 있다는 점은 특징이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회원사 은행들에 배포한 스테이블코인 대응 상황 자료에서 “합작법인 형태로 스테이블코인을 추진할 경우 은행·핀테크·투자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무적 참여가 아닌 ‘오픈 컨소시엄’ 방식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분 비중과 발언권을 좌우하는 것은 주요 은행들이며, 참여의 자율성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홍콩 화폐 모델로 엿본 확장 가능성과 한계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자주 비교되는 사례는 홍콩의 통화 제도다. 최근 논의가 흘러가는 흐름이 과거 홍콩이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4개 대형 민간은행이 직접 홍콩 달러를 발행해 페깅(Pegging) 구조를 형성했던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2010년 홍콩은 정부가 아닌 복수의 민간 은행이 통화를 발권하는 특이한 방식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달러 자산을 담보로 적용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발행 체제는 사실상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성격을 띠며, 국제금융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을 강화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했다.

홍콩의 민간은행 발권제는 단순한 화폐 관리를 넘어 시장 신뢰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으로 평가된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민간은행들이 보유한 달러를 담보로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홍콩 달러를 발행한 덕에 시장에서는 1대 1 교환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이 제도 덕분에 홍콩 달러는 사실상 미국 달러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국제 결제에서도 뛰어난 안정성을 보였다. 디지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구현하려는 기본 원리를 미리 실험한 셈이다.

이 같은 경험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빠른 수용성을 가능하게 했다. 홍콩 금융권과 시장 참여자들은 이미 전통적 화폐와 디지털 화폐 간 가치 교환을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화폐 도입에서도 큰 저항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홍콩 내에서는 블록체인이나 디지털 토큰을 기존 화폐의 대체재로 수용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관대한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이는 홍콩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나서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다만 홍콩의 전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한계 또한 안고 있다. 안정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신뢰를 단기간에 형성했다는 점에서는 참고할 만하지만,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페깅 여부는 쟁점이 될 수 있다. 홍콩은 달러를 직접 담보로 했기 때문에 시장 안착이 가능했으나, 한국이 이를 차용한다면 외환 보유액 관리나 해외 투기 세력의 공격에 취약해질 위험이 매우 크다. 따라서 홍콩의 모델은 앞선 주자의 성공기이자, 한국이 제도를 구상할 때 선결해야 할 과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전례라 할 수 있다.

실효성 논란 지속되며 회의론 확산

한편,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회의적 시각이 뚜렷하게 포착된다. 상당수의 시장 참여자는 이미 전자결제와 온라인 송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화가 이뤄진 만큼 단순히 형태만 바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실질적 차별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나아가 발행 주체가 민간 합작법인일 경우, 코인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 고스란히 이자 수익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는 곧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공공성과 안정성의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존 금융 질서가 정부와 중앙은행 중심으로만 전개돼 온 만큼 새로운 시대에는 화폐 권력 자체가 분산돼야 한다는 논리다. 디지털 토큰 형태의 원화가 상거래, 투자, 해외 송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면 기존 금융 시스템이 놓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미 도입 논의 단계는 지났으며, 이제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공공성과 혁신성을 결합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모델의 한계는 여전히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원화는 국제적으로 초과 수요가 없는 통화인 데다, 발행 규모를 확대하려면 국고채 수요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탓이다. 이는 곧 발행 자체가 시장의 자율적 수요가 아닌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시사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금융시장과 자본시장 전반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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