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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불장’ 한 달 만에 토허제 부활, 시장 혼선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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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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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시, 강남3구·용산 토허제 확대 지정
서울 주택가격 빠른 상승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변동성 더욱 커질 것" 비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 내 전체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이번 토허구역 재지정은 지난달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이후 사실상 ‘후퇴’다. 지난달 이른바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아파트를 토허구역에서 해제한 뒤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한 달여 만에 이를 번복하고 더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서울 주요 지역에 대한 토허제 해제는 주택시장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함에도 섣불리 풀었다 다시 지정하면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잠삼대청' 해제 이후 집값 들썩이자 재지정

19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에 대해 토허구역을 확대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으로 불리는 강남 지역 주요 단지에 대한 토허구역 해제를 발표했는데, 한 달 만에 구역을 확대 재지정하게 된 셈이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해야 하며, 해당 기간동안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이번에 지정하는 구역은 강남3구와 용산구 안에 있는 모든 아파트로, 단지 수만 2,200곳에 달한다. 이번 지정으로 서울 내 토허구역은 52.79㎢에서 163.96㎢로 3배가 되는데,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27% 수준이다.

정부는 이달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토허구역을 재지정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하겠단 계획이다. 만약 시장 과열 양상이 계속되면 성동구와 마포구, 강동구 등으로 구역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허가구역 지정과는 별도로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에 지정돼 있는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해제 후 신고가 경신・편승 효과↑

정부가 토허구역 재지정에 나선 것은 해제 이후 이상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주간 거래량이 1,000건에서 2,000건까지 증가하는 데 불과 4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13주가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또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비율도 강남3구를 중심으로 2월 크게 반등하는 등 상급지 위주로 가수요 유입 흐름이 발견됐다.

토허구역 지정이 해제된 이후 해당 지역 집값도 치솟았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토허구역 해제 후인 2월 12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거래가는 직전 10일 대비 1.6%(1,773만원) 하락한 11억1,828만원이었지만, 강남3구는 직전 22억6,969만원 대비 8%(1억8,170만원) 뛴 24억5,139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의하면 2월 4주차 서울 전체 아파트 값이 0.11% 오르는 동안, 강남구는 0.38%, 송파구는 0.58% 뛰어올랐다. 해제 지역의 가격 상승률이 서울 평균 대비 3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신고가 행진도 잇따랐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99㎡형(5층)은 해제 직후인 2월 13일 35억1,000만원에서 14%(4억9,000만원) 오른 40억원에, 삼성동 힐스테이트 1단지 84㎡형은 지난해 말 28억8,000만원에서 2월 25일 4.2%(1억2,000만원) 오른 30억원에 팔렸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전용 84㎡형도 2월 26일 직전 최고가 28억8,000만원보다 4.2%(1억2,000만원) 오른 30억원에 팔렸고,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 196.84㎡형은 종전 최고가 83억원에서 7.8%(6억5,000만원) 오른 89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토허구역 해제에 따른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밴드웨건 효과도 감지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116.92㎡형이 직전 최고가 62억원에서 지난달 14.5%(9억원) 뛴 71억원에 매매됐다. 개포우성2단지 전용 127㎡형은 2월 15일 종전 최고가 47억원보다 7.4%(3억5,000만원) 비싼 5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시장 기능 왜곡 초래한 정책 혼선" 강력 비판

이에 한 달 만에 정책을 번복한 서울시는 파급력 큰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토허구역을 해제한 것인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토허구역 해제와 재지정이 한 달 만에 뒤집을 가벼운 정책인가”라며 “이 상황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악화의 악순환이 다시 시작될 것이며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강남3구의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지방은 집값이 내려가고 미분양 사태를 걱정하고 있는데 서울 일부 지역만 가격이 오른다. 굉장히 큰 비판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오판'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 지사는 "지금 서울 여러 지역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마 서울시는 규제 완화나 민생경제 활성화를 얘기했지만, 강남3구 토허제를 해제하는 것이 민생경제에 무슨 도움이 될지에 대한 생각도 들고, 이렇게 됨으로써 경기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추세에도 발목을 잡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책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거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을 자유시장 논리로만 접근하다가 오히려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과거에도 반복된 정책 혼선을 이번에도 반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도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시장 논리에 맡겨서는 안 되며,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권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이를 무시했다"며 "결국 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 시장이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것은 단순한 행정적 실책이 아니라, 그의 경제철학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에 오 시장은 사과의 뜻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12일 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오 시장은 “저는 여전히 주택 시장이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토허제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형성을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임은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허제는 시장 기능을 왜곡할 수 있는 ‘극약 처방’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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