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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자 총 2만7,000명 피해 사례 중 비아파트가 70%, 2억원 이하 84% 전세사기 우려에 오피스텔 월세 수요는 늘어나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세사기 피해자가 두 달 새 2,700명 증가하면서 총 2만7,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전체 피해자의 75%는 2030 세대로 나타나 청년층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피해자의 70%는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오피스텔·다가구 등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학교나 일자리 문제로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청년층이 비교적 저렴한 빌라 전세 매물을 찾으면서 전세사기의 주요 타깃이 됐다고 분석한다.
서울·30대 이하·다가구 주택, 전세사기 피해 많아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전세사기 피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구제특별법'에 따라 주거 안정 등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 사례가 지난달 19일 기준 2만7,37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23일 국토부가 집계해 국토교통위에 보고한 피해 사례 2만4,668건에 비해 3,000건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7,399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5,902건, 인천 3,189건, 부산 2,962건, 대전 2,276건으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피해가 집중됐다.
피해자 연령별로는 30대가 1만3,35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7,082명, 40대 3,873명, 50대 1,881명, 60대 이상 1,173명 순이었다. 특히 청년층으로 분류되는 20~30대의 비중이 74.7%(2만442명)에 달했다. 30대 이하 피해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서울 5,866명 △경기 4,122명 △대전 2,845명 △부산 2,496명 △인천 2,038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전과 부산은 청년층 비중이 각각 86.8%, 84.3%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학교나 일자리 문제로 대도시로 몰릴 수밖에 없는 청년층이 전세사기의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피해 규모로는 '1억원 초과~2억원 이하'가 전체의 41.8%, '1억원 이하'가 42%로 나타났다. 주택 유형별로는 △다세대주택 30.5% △오피스텔 20.9% △다가구주택 17.9% 등 비아파트 거래가 전체 70%에 육박했다. 앞서 여야는 지난해 9월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 강화를 위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입신고 등 대항력 보유, 보증금 5억원 이하, 다수 임차인 피해 등의 조건이 충족할 경우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을 제공한다. 다만 전세사기특별법은 오는 5월로 시효가 만료된다.

전세사기 풍선효과, 오피스텔 시장 월세 보증금 올라
특히 전세사기 사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경우, 시장의 신뢰가 크게 하락하며 '빌라포비아' 현상이 확산했다. 한국부동산원 임대차 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빌라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평균 65.4%로 1년 새 3.1%포인트 하락했다. 서울 빌라 전세가율은 2022년 12월 78.6%까지 높아졌다가 2023년 12월 68.5%로 떨어졌다. 지난해 반등하며 5월에는 72%까지 올랐다가 6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오피스텔 시장은 전세사기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었다. 빌라의 전세 수요가 오피스텔로 이동하면서 서울 오피스텔 전세금과 월세 보증금이 크게 오른 것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서울의 오피스텔 평균 전세보증금은 2억4,713만원으로 전년 대비 11.9% 상승했다. △2021년 2억1,602만원 △2022년 2억2,497만원 △2023년 2억286만원으로 최근 몇 년간 소폭 범위에서 오르내렸으나 지난해에는 2,027만원이나 오르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 보증금은 전년 대비 42% 오른 5,751만원을 기록했다. 평균 월세 보증금은 △2021년 3,261만원 △2022년 3,614만원 △2023년 4,051만원으로 연간 오름폭이 350~43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700만원이나 오르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런 흐름은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월간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은 △5월 99.69 △6월 99.71 △7월 99.73 △8월 99.75 △9월 99.78 △10월 99.80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에 대해 다방 측은 "전세사기가 피해가 집중된 빌라의 전세 수요가 급감했다"며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오피스텔 전세나 반전세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세금과 보증금이 모두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월세와 전세금은 비슷한 상승폭을 보이는데 지난해 오피스텔 시장은 월세보다 전세금 상승폭이 훨씬 가팔랐다"며 "빌라 전세를 찾거나 현재 빌라 전세로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로 옮기자니 부담이 커 대안으로 오피스텔을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월세 수요 몰린 오피스텔 시장, 지난해 수익률 '껑충'
이 같은 흐름 속 업계에서는 올해 오피스텔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작년 말부터 대출 규제 강화로 매매와 전세시장은 상승폭이 둔화한 반면, 오피스텔 월세는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1.69% 상승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0.40%, 2분기 0.45%, 3분기 0.49%, 4분기 0.35%를 기록하며 1년 내내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국(0.4%)은 물론 수도권(0.51%)이나 서울(0.35%)의 월세와 비교해도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월세 상승 속에 거래량이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오피스텔 월세 거래량은 1만3,672건으로 전월(1만2,386건) 대비 10.4% 상승했다. 서울은 같은 기간 4,584건에서 4,820건으로 5.1% 증가했다. 수익성 지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올해 1월 5.13%로 2018년 3월(5.13%) 이후 6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임대수익률도 2021년 11월 이후 3년 2개월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세 수요 상승 속에 오피스텔 시장의 물량 감소도 이 같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5만6,704실)의 29.1% 수준인 1만6,522실로 급감했다. 지난해 입주 물량도 2021년(7만7,018실)의 41.8% 수준인 3만2,214실(41.82%)에 그쳤다. 분양에서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은 소폭 감소한 3만여 실에 그치고 2026년 이후에는 연간 1만 실 이내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