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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중국 정상회담, 외교적 제스처와 실용주의 노선에도 풀리지 않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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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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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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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적인 분위기에도 실질적 성과 전무
미·중 사이 갈등하는 EU, 빈손으로 떠나
중국 미온적 반응에 빛바랜 협력 의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7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중국 외교부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EU 정상들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 양측 모두 무역과 기후, 글로벌 현안에 대한 협력 의지를 내비쳤지만, 정작 회담은 아무런 진전 없이 끝이 났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같은 주요 이슈에서 지금까지와 같은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고, EU는 경제적 불균형과 정치적 제스처에 대해 점잖은 불만을 표현하는 데 그쳤다. 이에 이번 회담을 두고 EU·중국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강대국 간 경쟁에 끼인 유럽의 불안정한 입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적 연출은 있었지만, 결과는 ‘글쎄’

27일(이하 현지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진행된 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EU 고위 관계자들을 성대히 맞이하며 전략적 협력을 약속했지만, 본격적인 협상에서는 대화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EU는 무역 불균형, 핵심 산업의 과잉 공급,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중립적 태도 등을 놓고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EU의 관세 철회와 유럽 내 보호무역주의 기조 완화를 요구하며 여타 주요 사안에서는 기존의 모호한 입장만을 반복했다.

여러 시간에 걸친 대화와 ‘관계 개선’이라는 상호 수사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은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일부 산업의 수출 과잉 지적에 대해 뚜렷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정하라는 EU 측의 요구는 사실상 무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 역시 공정무역과 우크라이나 평화에 대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뚜렷한 유인책이나 압박 카드를 꺼내진 못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G7 국가 중 가장 국가보조금에 의존적인 경제 모델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시장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가 글로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려는 시도로도 읽히며, 양측의 간극이 협상 테이블에서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대목이기도 하다.

7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다/사진=중국 외교부

전략적 비대칭과 엇갈린 셈법

다만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로선 EU가 중국보다 관계 개선에 더 앞장서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충돌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러시아의 정치적 지원과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자산을 갖고 있는 탓이다. 특히 베트남과 미얀마, 태국 등은 친중 기류를 굳건히 하고 있어 중국 입장에선 별다른 외교적 공백이 느껴질 새가 없다는 관측이다.

반면 유럽은 다소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에너지 수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전통적 우방의 이탈 등 복합적인 악재가 맞물리면서다. 한때 EU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기대를 모았던 일본조차 최근에는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나선 상황이다. 유럽으로선 미국 중심 질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세력을 우방으로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EU가 민감하게 여기는 보조금과 시장 접근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중국이 전혀 양보하지 않은 것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읽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쪽으로 움직여도 갈등의 씨앗은 남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으로서는 섣불리 선택할 수 없는 난제를 떠안은 셈이다.

빈손으로 끝난 회담에 부유하는 관계

이와 같은 이유로 이번 베이징 회담은 실질적 결정을 내리는 자리보다는 외교적 신호를 주고받기 위한 ‘연출 무대’에 불과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무역 합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고, 관세 갈등을 조율할 시간표도 마련되지 않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또한 지금까지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회담의 의전과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에 여전히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중국과 EU의 세계관 및 정치적 우선순위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중국은 자국 산업 전략과 외교 노선을 바꿀 의지가 없어 보이며, 러시아와의 전략적 제휴 역시 여전히 공고하다. 유럽은 중국과 어느 정도 선까지 대립할 수 있을지, 또는 어디까지 거리를 좁혀야 할지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양국은 서로의 경제적 불안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대응만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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