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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외 전 국가 대상 상호관세 90일 유예 1시간 만에 침체 확률 65%→45%, 성장률 1%→0.5% 무역전쟁 본선은 여전히 진행 중, 확전 가능성도 상존

골드만삭스가 더 이상 미국의 경기침체를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에 대한 급격한 관세 인상을 90일 유예하면서다. 다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경기침체 확률 45%로 하향”
9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 관세인상을 대부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한 이후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침체로 향할 것이라고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 동부 시간으로 오후 1시에만 해도 12개월 후 미국의 침체 확률을 65%, 성장률 1%로 조정했다.
하지만 1시간 후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일시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침체 확률을 45%로 낮췄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5%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관세안이 "유효 관세율이 15% 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이전의 예상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면 미국의 유효 관세율은 2024년 2.5%에서 올해 22%로, 19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날 오전 0시 1분부터 11~84%에 달하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효했었다. 또 앞선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하루가 채 되지 않아 국가별로 차등한 상호관세를 유예한 것으로, 이번 보복 조치에 나섰던 중국에만 125%의 상호관세가 새로 부과될 전망이다.

관세 불확실성, 설비투자·고용 위축으로 전이
골드만삭스는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을 기존의 35%에서 45%로 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베스팅닷컴은 "골드만삭스는 지난주에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였다"며 "일주일 사이 경기침체 확률을 10%포인트 다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과 정책 불확실성 증가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기존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인 배경을 밝혔다. 이어 "현재 전망은 9일 발효될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중 상당수가 부과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며 "만약 이 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미국이 올해 4분기 경기침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월가 황제, “관세 정책, 성장 둔화 유발 가능성 농후”
골드만삭스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45%로 낮췄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 때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리며 대치 국면인 점 △상호 관세와 달리 보편 관세(10%)는 여전히 부과하고 있는 점 △유럽연합(EU)이 보복 관세를 예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변수가 많다고 본다.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무역 정책 변경으로 경제 궤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나 고용을 미룰 수 있어 경제의 주요한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라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가능성이 높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에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약간 발생하더라도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 안보는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관세 정책을 지지했다. 하지만 이달 초 주주들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는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경기침체를 초래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다. 여기에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입장도 보다 우려스럽게 변화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부를 얻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을 위축시키는 것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예상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수준으로 전개되면서 시장과 전문가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