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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자 인수 논의 급물살 미 현지 사업부 별도 법인 분리 중국 지분 20% 이하로 제한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의 미국 사업 향방을 두고 백악관이 주도하는 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틱톡 미국법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중국 측 지분을 미국 법안에서 요구한 대로 20% 이하로 줄이는 방식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美, 틱톡 현지 법인 나눠 자국 투자자 지분율 높이는 쪽으로 가닥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이 주도하는 틱톡의 미국 내 미래에 대한 논의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 사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통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틱톡의 미국 법인을 분사하고 바이트댄스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분사한 틱톡 미국 법인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대신 중국의 지분은 미국 법이 요구하는 20% 이하로 낮추는 안이다.
앞서 미국 연방 의회는 바이트댄스가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4월 틱톡금지법을 제정했고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내 틱톡 서비스 금지법 시행을 90일간 유예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금지령 제정을 지지했으나, 지난해 틱톡이 자신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번 논의는 바이트댄스 이사회 멤버인 에프 야스의 서스쿼해나인터내셜그룹과 빌 포드의 제너럴 애틀랜틱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트댄스의 지분 60%는 블랙록과 제너럴 애틀랜틱, 서스쿼해나인터내셔설이 소유 중이고, 20%는 회사 설립자들이, 나머지 20%는 수천 명의 미국인이 포함된 직원들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기존 주주가 아닌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이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오라클 등 기존 인수 참여자들 제의 무위로 가나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그간 인수 제의를 했던 기업들의 행보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먼저 오라클은 미국 정부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수 의향 기업들 중 가장 오래도록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연초엔 오라클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 “틱톡을 살려서 활용하는 계획”에 대해 협력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자를 통해 틱톡의 글로벌 운영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는 식의 구체적 운영방식도 흘러나왔다. 나아가 만약 계약이 성사될 경우 바이트댄스는 “회사의 소수 지분을 유지”하고, 오라클은 “알고리즘, 데이터 수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감독”하기로 역할 분담까지 계획할 정도로 구체적 협상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의 친구기도 한 래리 엘리슨이 이끄는 오라클은 이미 틱톡과 예전부터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인수협상설이 나왔다. 오라클은 이미 틱톡의 미국 내 사용자 데이터를 호스팅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 텍사스’ 계획에 따라 틱톡이 미국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때인 2020년 틱톡을 금지하려고 시도했을 당시에도 오라클과 월마트 간에 틱톡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조건의 거래에 서명하기도 했다.

美 퍼플렉시티·MS, 틱톡 인수 추진 도전장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인수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기업이다. 최근에도 MS는 “틱톡의 미래에 어떤 방식이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MS 역시 틱톡을 인수하려고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20년 틱톡을 인수하고 미국 사업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인공지능(AI) 검색 분야 신흥 강자인 퍼플렉시티도 틱톡 인수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퍼플렉시티는 21일 자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틱톡을 인수하게 되면 알고리즘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겠다"며 "퍼플렉시티는 독점 위험 없이 세계적인 기술 능력과 리틀테크의 독립성을 결합하기에 최적의 존재”라고 강조했다. 퍼플렉시티가 틱톡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퍼플렉시티는 지난 1월에도 틱톡 인수를 제안한 적 있으나 당시 오라클, MS 등 빅테크들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로젝트 리버티’(Project Liberty)로 알려진 또 다른 투자자 집단도 틱톡 인수전에 나선 상황이다. 투자자 프랭크 맥코트가 이끄는 이 프로젝트에는 방송인이자 유명 유튜버기도 한 케빈 오리어리도 참여하고 있다. 애초 프로젝트 리버티는 틱톡금지법이 발효되기 전부터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유튜버 미스터비스트(Mr. Beast, 본명 지미 도날드슨)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X(옛 트위터)에서 처음 틱톡이 잠시 멈췄을 때 “틱톡을 내가 매수해야겠다”고 농담처럼 말을 던졌다가 나중엔 실제로 인수 의사를 밝혔다. 최근 그는 이미 본격적인 인수 준비에 나섰는데, 전액 현금으로 매수할 것을 피력하며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Employer.com’ 설립자인 제시 틴슬리, 로블록스 CEO 데이비드 바주키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인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인수전에 대비해 200억 달러 이상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근 미국 투자자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이들의 인수 제안이 현실화할지도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