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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자산가들, 미 채권 투자 관심 10년물 금리 하락세 4.8% 수준서 4.3%로 추세적 하락은 '회의적' 분석

최근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미국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국채 장기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미 장기채에 투자금 몰려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32%다. 올해 초 연 4.76%까지 올랐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경기 침체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전한 장기 국채로 몰려 채권 가격이 급등(금리는 하락)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집권 직후에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시장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다.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50bp(1bp=0.01%포인트) 내리는 ‘빅컷’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지만, 물가 부담이 높아지면서 원활한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1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중단하면서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후 관세가 성장률 하락에 미칠 영향이 더 크게 부각되면서 시장 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연초 연 4.8%에 육박했던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정부 이자 비용 부담 줄이기 위해 10년물 금리 하락 집중
이는 증시를 경제 성과의 핵심지표로 삼았던 첫 임기 때와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성과 지표로 삼은 것이 국채금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채금리 하락을 성과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오늘 금리가 아름답게 떨어졌다"며 "아주 크고 아름다운 하락이다. 이제야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미국 경제에 급브레이크를 걸어 경기 둔화 상황을 조장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란 공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채권에 수요가 몰려 국채 가격은 뛰고 금리는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의 기준 금리보다 10년물 국채 금리 하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10년물 금리를 낮추려는 이유는 해당 금리가 미국 내 장기 모기지대출, 학자금 대출 금리와 같은 대출 금리 등 다양한 금융상품 금리에 영향을 미쳐서다. 미국이 발행한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정부가 갚아야 하는 이자 부담도 줄어든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2월 말 연방정부 부채는 36조2,000억 달러(약 5경2,400억원)로, 지난 15년간 두 배로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달러를 풀어 경기 방어하느라 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부양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가 오르면서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도 지난해 9월 기준 1조1,580억 달러(약 1,680조원)로 연간 미국 국방예산(8,860억 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다만 미국 장기채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는 다소 회의적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적극적 투자에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최근 하락 폭이 컸던 데다 향후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지갑 닫는 美 소비자들
이런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도 경기 둔화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과 시장 변동성이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지자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양상이다. 미 컨설팅업체 리테일넥스트에 따르면 3월 초 미국 소매점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이는 연초부터 지속한 하락세에서 확대된 것이다.
소매 데이터 분석업체 플레이서닷에이아이(Placer.ai)도 최근 월마트와 타깃, 베스트바이 등 대형 유통업체 방문객이 줄었다고 보고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도 3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도 감지됐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침식사마저도 집에서 해결하거나 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 및 외식 산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레베뉴 매니지먼트 솔루션스(RMS)는 지난달 미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방문객 수가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침 식사 시간 방문객 감소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RSM는 “아침 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거나 아예 건너뛰기 쉬운 식사”라고 설명했다.
미국 4대 항공사들도 최근 여행객 감소로 수요 둔화를 경고했다. 레저 여행객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대표 유통업체 중 한 곳인 타깃은 2월 매출 감소를 보고하며 “관세 불확실성이 수익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은 타깃이 기업의 다양성 정책을 철회한 것에 반발해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경제 불안이 소비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됐다. 그 결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부유층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를 감소시켜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 조사기관인 서카나의 마셜 코헨 수석 소매분석가는 “소비자는 여러 경제적 변수에 압도당하고 있다”며 “이럴 때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