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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만, 美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인수, 대형 M&A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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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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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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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데논 등 프리미엄 브랜드 확보
모바일·TV·가전과 시너지 창출 전망
AI·로봇·통신 분야에 추가 투자 기대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의 노틸러스 스피커/사진=마시모(Masino)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이하 하만)을 통해 글로벌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들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이 3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빅딜이다. 하만은 이번 거래를 통해 포터블 오디오와 카 오디오를 비롯해 헤드폰, 무선이어폰 등 전방위 오디오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모바일·TV·가전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10년 가까이 이어온 오너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삼성전자가 이번 글로벌 오디오 빅딜을 계기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M&A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컨슈머 오디오부터 카 오디오까지 경쟁력 강화

7일(현지 시각) 하만은 지난 6일 미국 의료기기·헬스테크 기업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 대상은 마시모 산하의 사운드 유나이티드(Sound United)가 보유한 세계적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들로, 바워스 앤 윌킨스(Bowers & Wilkins, B&W), 데논(Denon), 마란츠(Marantz), 폴크(Polk Audio),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Definitive Technology), 클라쎄(Classé), HEOS, 보스턴 어쿠스틱스(Boston Acoustics) 등이 포함된다.

특히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럭셔리 오디오의 대표 브랜드다. 1993년 출시 이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 중 하나로 극찬을 받으며 B&W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라우드 스피커 노틸러스(Nautilus), 아이코닉한 유선형 디자인으로 유명한 무선스피커 제플린(Zeppelin),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노이즈 캔슬링 기술로 유명한 헤드폰 PX7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AKG, 인피니티(Infinity),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등 다수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하만은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10년 가까이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카 오디오 분야에서도 오랜 기간 선두를 지켜 왔다. 최근에는 헤드폰과 무선이어폰 부문에서도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추가 인수한 하만은 세계적인 오디오 명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한편, 컨슈머 오디오부터 카 오디오까지 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가전·모바일 제품과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하만의 프리미엄 사운드 튜닝 기술을 활용해 자사의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무선이어폰, 사운드바, 패밀리허브 등의 사운드 퀄리티를 꾸준히 향상해 왔다. 여기에 이번 오디오 빅딜로 진일보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함에 따라 주력 제품의 음향·오디오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또한, 다양한 스피커·오디오 기기를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에 연결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스마트홈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사법리스크 해소로 '대형 M&A' 기대감

무엇보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재개한 대형 M&A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전장(자동차 전기장치)을 미래 먹거리고 낙점하고 이듬해인 2016년 11월 하만 인수를 의결했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후 이뤄진 첫 번째 대형 M&A로 주목받으며 2017년 3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같은 해 2월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이 회장의 재판으로 인한 리더십 공백으로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나 M&A에 차질을 빚어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기 단계에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결국 리더십 부재에 따른 의사 결정 지연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10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에서 사실상 해방된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사즉생'과 기술 경쟁력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최우선 과제로 대형 M&A를 꼽는다. 최근 미국발 관세 전쟁과 반도체 부진으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M&A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신사업팀을 신설했다. 신사업팀의 전신인 신사업TF가 기존 사업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온 만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형 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빅딜을 성사시킬 삼성전자의 자금력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04조원에 달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3조1,000억원에 단기금융상품이 6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10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차입금을 제외하더라도 순 현금이 87조원가량 비축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반도체 등에서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음에도 현금이 늘어나 유동성 곳간에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다음 대형 M&A로 로봇·통신·반도체 부문 거론

하만 인수와 비교될 만한 초대형 M&A 후보로는 로봇 분야가 꼽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로봇 분야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의 M&A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표 사례가 바로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선두 주자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으로 삼성전자는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매입했고, 지난해 말 콜옵션을 행사로 추가 지분 20.1%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된 상태다.

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2021~2023년에만 260여 개 회사에 대해 벤처 투자를 진행했고, 지난해에만 여러 건의 소형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지난해 5월 자회사 삼성메디슨이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프랑스 AI 기반 의료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했고, 이어 7월에는 삼성리서치가 데이터를 사람의 지식 기억 및 회상 방식과 유사하게 저장·처리하는 지식 그래프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OST)를 인수했다. 삼성전자 산하 삼성리서치(SR)가 주도한 첫 M&A다.

로봇 분야 이외에도 유력한 M&A 후보로는 통신, 반도체 관련 업체 등이 거론된다. 통신 분야에서는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사업부 인수 희망자 가운데 삼성전자가 포함돼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이 사업부는 전 세계 무선통신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지국·무선 기술·서버를 공급하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키아 총매출의 약 44%를 차지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노키아의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부 전체 인수 금액이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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