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승기 거머쥔 구미현 신임 아워홈 회장, 매각 절차 속도 내나

구미현 신임 아워홈 회장, 경영권 이양 필요성 주장
아워홈 오너 일가 '진흙탕 싸움' 마침표 찍을까
"언제든 상황 뒤집힐 수 있다" 매각 관련 변수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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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워홈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오너가 장녀 구미현 회장이 아워홈 매각을 공식화했다. 수년간 이어져 온 아워홈 오너가(家) ‘남매의 난’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워홈의 매각 과정이 순탄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구미현 회장 “경영권 이양 필요하다”

18일 아워홈은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과 부회장, 경영총괄사장을 선임하는 신규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는 구미현 사내이사를 선임했으며, 구미현 대표의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가 부회장직에 올랐다. 이영표 전 구자학 선대 회장 비서실장은 경영총괄사장 자리를 맡았다.

구미현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창업주 故 구자학 선대회장님의 창업 정신과 아워홈의 발전을 위해서 2016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회사 대내외 이미지 추락과 성장 동력 저하를 묵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 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이라며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 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발언했다.

아울러 구미현 회장은 “본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의 지분을 유능한 전문 기업으로 이양함에 있어 현재 아워홈 직원들의 고용 승계 및 지위 보장을 명문화할 것”이라며 “그전까지 인사 기조대로 오랫동안 회사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기여한 인재를 발탁하여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의견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워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구 회장의 발언대로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수년간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족쇄’로 작용해 왔다. 아워홈은 창립자인 고 구자학 전 회장의 1남 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으로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 장녀인 구미현 회장이 19.28%, 차녀인 구명진 이사가 19.6%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이 분산된 지분 구조가 남매 간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기존 아워홈을 이끌던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2021년 6월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그는 해임 당시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의 경영 퇴진을 이끌어낸 것은 구지은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구명진 이사 등 세 자매였다. 구 전 부회장이 물러난 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것은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다.

그러나 구 전 부회장은 경영 퇴진 선언 이후에도 꾸준히 ‘방해 공작’을 펼쳐왔다. 지난해 3,0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요구했다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월에는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이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는 의결권이 제한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 이를 묵살하고 보수한도(총액)를 15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가결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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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장남 구본성(왼쪽)과 전 부회장과 막내 구지은 부회장/사진=아워홈

지분 매각 시 변수는?

상황이 급변한 것은 구미현 회장이 구 전 부회장과 맞손을 잡으면서부터였다. 최근 구미현 회장은 구지은 부회장 등 전 이사진을 밀어낸 뒤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이사회를 떠나게 된 구지은 부회장은 17일 사내 게시판에 퇴임사를 올려 “회사의 성장, 특히 글로벌 사업에 대한 선대 회장의 유지를 이어가고자 했지만, 경영 복귀와 함께 회사 매각을 원하는 주주들과 진정성 있는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구미현 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권 매각을 선언하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미 아워홈의 매각 작업이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사모펀드들을 상대로 지분 매각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구미현 회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미 지난 2022년에도 한 차례 지분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미현 회장의 구상대로 매각 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매의 희망 매각가와 시장이 판단한 아워홈 기업 가치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너가의 주주 지분 등이 대등해 압도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악재다. 남매간 관계가 틀어질 경우 연합전선이 무너지며 기업 상황이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언제든지 임시 주총을 개최할 수 있다“며 “(만약 일가 구성원이) 이사를 추가 선임해 이사회를 새로 개최한다면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