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투자로 쉬인과의 맞대결 나서는 에이블리, 중국 자본 유입·정보 유출 의혹은 리스크될 듯

유니콘 눈앞에 둔 에이블리, C커머스 알리바바그룹도 투자 타진
쉬인 vs 에이블리 구도 형성, 알리바바 투자금으로 성장 제반 마련하나
중국발 자본 유입에 우려 확산, 직·간접적 경영 간섭 전망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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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이블리

해외기관투자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가까워진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쉬인의 공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금을 활용해 사업 효율화를 이룬다면 에이블리가 ‘승리’할 수 있단 의견이 나오지만,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투자사에 포함되는 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2,000억원 규모 연합투자 앞둔 에이블리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최근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면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2,000억원 규모 연합투자를 앞두고 있다. 2018년 처음 설립된 에이블리는 서울 동대문패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주로 저렴한 보세 옷을 세대별, 콘셉트별로 큐레이션한 뒤 판매해 왔는데, 고물가 시대에 값싼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경쟁력이 급상승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95억원, 영업이익은 3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744억원)의 영업손실을 극복하고 흑자 전환했다.

투자자들은 에이블리가 2030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점에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모바일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833만 명으로 국내 패션 플랫폼 중 최다 수준이다. 전체 이커머스 중에선 쿠팡(3,112만 명)에 이어 2위다.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이커머스에 적용하고 업계 최대 규모인 25억 개 이상의 빅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에이블리는 투자 유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릴 전망이다. 현재 에이블리는 일본 여성 쇼핑 플랫폼 ‘아무드’를 통해 K셀러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아무드는 에이블리의 첫 글로벌 서비스로, 현지에서 쌓은 1억8,000만 개의 고객 취향 데이터에 에이블리가 자체 개발한 추천 기술을 접목했다.

알리바바그룹도 투자 참여, 패션 C커머스 ‘쉬인’과 경쟁 본격화

이번 투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투자사 중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패션 이커머스 투자를 타진해 왔다. 이후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W컨셉 등에 투자 의자를 전달하기도 했으나, 이들 플랫폼은 알리바바 측의 제안을 최종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에이블리는 투자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2022년까지 거듭 적자를 누적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에이블리가 알리바바의 투자금을 기반 삼아 패션 C커머스 쉬인을 압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쉬인은 지난 4월 말 국내 시장에 진출한 중국 패션 플랫폼이다.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부터 유통까지 3주를 넘기지 않고 주문 이후 24시간 내 출고를 추구하는 등 ‘패스트패션’을 지향한단 점이다.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패션 알고리즘을 개발해 잘 팔리지 않는 옷은 적게 만들고 인기 많은 디자인은 대량 생산해 박리다매 구조를 취하면서도 재고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쉬인은 에이블리에 큰 위협이다. 쉬인의 사업 전략은 언뜻 에이블리와 비슷하면서도 사업 효율성은 더 높기 때문이다. 쉬인은 본토 공장이나 제3자와 협업한 공장에서 생산된 옷을 자사 창고에 옮겨 바로 배송하는 반면 에이블리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의류를 떼어 오거나 완제품(신상품)을 들여와야 한다. 유통마진이 붙을 수밖에 없는 데다 이 과정에서 장기 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쉬인이 국내에서 점유율을 높일수록 에이블리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알리바바의 투자금을 통해 사업 효율화를 얼마나 이뤄낼 수 있느냐가 미래 전략 구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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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요인 큰 알리바바 투자, 정보 유출 의혹도 부담

다만 알리바바의 투자가 에이블리에 마냥 호재인 것은 아니다. 투자자 구성이 중국 자본으로 이뤄진 탓에 중국 기업 특유의 신뢰도 하락 문제가 에이블리를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에선 알리바바 등 C커머스가 국내 소상공인 생태계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쟁 관계에 있는 버티컬 플랫폼이 해당 기업의 자금을 유치하는 게 적절한 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C커머스에 대한 인식이 하락할수록 에이블리를 둘러싼 중국 자본 리스크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알리바바가 에이블리를 통해 국내 소비자 정보를 취득하려 한다는 의혹이 있단 점도 부담이다. 앞서 시장에선 알리바바 측이 에이블리에 데이터 등 정보 공유를 요청했단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에이블리 측이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하긴 했지만, 지분 투자 과정에서 이사회 진입 요구 및 경영 간섭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단 의견이 거듭 쏟아졌다.

특히 알리바바가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에이블리 투자 과정에서 신주와 구주를 함께 매입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보유한 구주를 활용해 가격 부담을 희석하면서 지분율을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이에 대해 패션업계 관계자는 “알리바바가 에이블리에 투자하게 되면 1,000억원 자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것”이라며 “투자자 측에서 고객 정보 등을 요구한다면 쉽게 뿌리치는 건 힘들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