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를 새 중심축으로, 롯데쇼핑 해외사업 매출 살펴보니

롯데쇼핑 해외사업, 지난해 외형 키우는 데 성공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매출 1천억원 돌파
인도네시아 법인 실적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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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사진=롯데백화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롯데쇼핑 인도네시아 등 롯데쇼핑의 해외사업이 지난해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롭게 개장한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초기 비용 부담이 겹치며 백화점 부문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올해 상품경쟁력 강화와 점포 리뉴얼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 해외사업, 매출 1조5,337억원·영업이익 194억원

지난달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 해외사업(백화점·마트)은 매출 1조5,337억원과 영업이익 19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9.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대형마트사업은 양호한 이익을 기록했으나 백화점사업이 부진하면서 전체적인 이익 감소로 직결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오픈한 베트남 대형 복합쇼핑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비용 확대가 발목을 잡았다. 롯데쇼핑은 신규점 초기비용으로만 약 1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업계에서 유일하게 글로벌시장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5개의 해외 점포(베트남 3개, 인도네시아 1개, 중국 1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해외사업 중점 방향으로 기존 진출 점포의 내실화를 다지는 동시에 신규 출점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젊은이들 명소로 떠오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처럼 쇼핑과 놀이체험, 숙박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혁신쇼핑몰을 신규 확대할 방침이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동남아시아 복합개발사업을 신규사업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신규 부지를 확보해 랜드마크 복합쇼핑몰 디벨로퍼로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다. 이와 함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집중 공략해 동남아시아 쇼핑 1번지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존 점포들은 입점 브랜드 레벨업과 비용 효율화를 통한 체질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온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초신선상품 등으로 그로서리(식료품) 부문을 확대하고 K-푸드 등으로 상품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롯데센터 하노이는 점포 리뉴얼에 나선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반응이 굉장히 좋고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동남아에서 한국음식 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PB상품을 활용한 K-푸드 등으로 백화점·마트 경쟁력을 모두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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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롯데마트 마스트립점/사진=롯데마트

베트남·인도네시아서 외형성장 달성

롯데쇼핑이 최근 가장 주력하고 있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개점 4개월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트남 현지 쇼핑몰 가운데 최단 기록이다. 서호 신도시에 들어선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롯데가 ‘베트남판 롯데타운’을 선보이겠다며 공들인 대형 프로젝트로 쇼핑몰과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을 결합한 쇼핑몰 연면적은 축구장 50개를 합친 규모인 약 35만4,000㎡(10만7,000평)에 달한다. 누적 방문객 수도 500만 명을 넘어섰다. 하노이 인구가 84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시민 3명 중 2명이 방문한 셈이다. 여기에 누적 구매 건수는 60여 만건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벤치마킹을 위해 점포를 찾는 해외 유통업체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 수준 향상, 신도시 인구 확대 등에도 대규모 상업시설이 부족하던 현지 수요를 공략한 점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쇼핑몰에 입점한 233개 브랜드 중 40%인 85개를 현지에 없던 특화매장으로 구성하고, 공간 기획 전반에 K콘텐츠를 반영한 결과,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의 MZ세대가 매출을 주도했다. 우수고객에게 라운지 이용, 무료 주차, 브랜드 할인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비뉴엘’ 제도도 충성고객 확보에 한몫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인도네시아 법인 실적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분기 기준 인도네시아에 △PT. LOTTE SHOPPING INDONESIA(롯데쇼핑), △PT. LOTTE MART INDONESIA(롯데마트), △PT. LOTTE Shopping Avenue Indonesia(롯데백화점) 총 3개의 종속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3개 법인의 지난해 1분기 매출은 2,898억원으로 전년 동기 2,668억원보다 8.64% 늘었다. 대부분의 매출은 롯데쇼핑 인도네시아에서 나왔고 롯데마트와 백화점이 뒤를 이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매출 증가세도 매섭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도 높은 성과를 냈다. 롯데쇼핑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2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앞서 롯데쇼핑 인도네시아 사업은 지난 2022년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바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네시아 법인 총 매출은 1조803억원으로 9,745억원을 기록했던 2021년보다 11% 성장했다.

그간 해외사업 쓴맛 본 롯데쇼핑, 동남아시아로 반전 꾀한다

앞서 해외사업에서 쓴맛을 본 롯데쇼핑에 있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반전을 꾀하기 위한 무대다. 롯데쇼핑은 지난 2008년 중국 진출 이후 공격적으로 마트와 백화점 매장 수를 늘렸지만,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마트는 전부 문을 닫았고, 청두에 유일하게 남은 백화점 1곳은 최근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2007년 신동빈 회장까지 참석해 모스크바에 롯데백화점 해외 1호점을 열며 야심 차게 시작한 러시아 사업 역시 2020년 이미 정리한 상태다. 러시아 사업의 영업부진 원인으로는 어중간한 입점 상품 수준, 현지화하지 못한 마케팅 전략 등이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특히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롯데의 해외시장 공략 타깃이 동남아시아로 옮겨왔음을 시사한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1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시장 선도 사례로 꼽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현지에서 열린 오픈 기념식에도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과 함께 참석하며 베트남 사업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성공을 계기로 해외사업을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베트남을 발판으로 동남아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베트남에 3개 점, 인도네시아에 1개 점 등 동남아시아에 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베트남에 1∼2개 프리미엄 쇼핑몰을 더 출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준영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베트남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쇼핑몰을 목표로 했다”며 “현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