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모형 변경에 기업 대출금리 인상 유예한 기업은행, 내달엔 비금융정보 활용 모형 적용

기업은행 신용평가모형 변경, "한시적 대출금리 인상 유예할 것"
다음달 부턴 대안평가모형 적용, 비금융정보 수집해 기업 평가에 반영
기업은행 행보에 시장서도 기대감, "벤처대출 첫 출시 때처럼 시장 선도할 듯"
IBK interest rate FE 20240621

IBK기업은행이 올해 한시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이 적용되는 만큼 신용등급 하락을 겪은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을 사전 방지하겠단 취지다.

기업은행, 신용등급 하락 기업 금리 인상 유예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오는 12월까지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하락한 곳에 대해선 대출 연장 시 금리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하면서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이 변동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 기업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겠단 게 골자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금리로 어려운 기업의 연착륙을 지원하고 변경된 기업 신용평가모형의 연착륙을 위해 이전 등급 대비 새로운 등급이 하락한 기업의 대출 기간 연장 시 올해 말까지 금리 인상을 유예하는 특례운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자체적인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해 기업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며, 이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이 결정된다. 대출 만기가 돌아온 기업은 재무적·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신용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 등급이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했다. 최근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기업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새로운 기업은행의 신용평가모형은 재무적 요소의 평가 비중을 비재무적 요소보다 높였다. 비재무적 요소의 경우 심사자의 자의적 해석 여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평가 요소를 정량화해 심사의 객관성 및 변별력을 제고했다. 기업 신용평가 강화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에 보조를 맞춘 셈이다.

7월부터 ‘대안평가모형’ 적용, 비금융정보 활용성 제고 기대

내달부턴 대안평가모형(신빅데이터모형)을 새롭게 적용할 방침이다. 재무적 평가 비중을 늘려 기술력은 있으나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성장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대안평가모형을 적용하면 기존 금융정보 이외에도 공과금 등 자동이체 잔액부족, 전자상거래 이용 패턴, 소액결제 이용 패턴, 기업인증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자동 수집해 기업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대안평가모형 도입을 통해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모빌리티, 통신, 배달, 헬스케어 등 생활금융 영역으로 뻗어가는 금융권의 기조에 스텝을 맞출 수 있으리란 시선에서다. 재무정보나 은행거래실적 대비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면 금융거래 소외 계층으로 분류되는 신파일러(Thin-filer)에 대출 지원도 가능하다. 업무 운신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단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았던 평가모형과 달리 신규 전략모형은 여러 정보를 취합해 애초에 정보가 없거나 부족한 신파일러들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과 소기업, 중소기업 등 금융이 필요한 사람의 신용을 제대로 평가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IBK BANK MONEY FE 20240621

벤처대출 상품 처음 선보인 기업은행, 이번에도 시장 선도할까

기업은행의 행보에 시장에서도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 온 기업은행이 비금융정보 활용 측면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단 것이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 기업은행은 ‘IBK벤처대출’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재무성과와 담보가 부족해 일반대출을 받기 어려운 유망 스타트업에게 후속투자 유치 시까지 브릿지론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상품은 기업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식 벤처대출을 국내 환경에 맞게 수정 보완한 제품으로,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던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통상 은행에 있어 스타트업 대출은 손해다. 리스크는 큰 반면 수익은 낮은 이자수익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이전까지 대출은 기업 성장 단계상 일정 궤도에 오른 안정적인 기업을 대상으로만 이뤄져 왔다. 그러나 벤처대출은 주로 투자를 이미 받거나 받을 예정이고 후속 투자 가능성이 높은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행된다. 은행 입장에선 후속투자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출을 해줘 회수 가능성이 높은 데다 지분인수권을 통해 기업이 성장했을 때 금리보다 높은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스타트업과 은행 모두에게 윈-윈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특성 덕에 벤처대출은 금융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집행된 벤처대출 시범사업의 대출 총액은 247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출받은 업체 수는 42곳이며, 평균 대출액은 약 5억9,000만원가량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건 대출을 받은 기업 중 이미 투자받은 돈이 429억원에 달하는 시리즈 C 업체가 포함돼 있단 점이다.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하면서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자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벤처대출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은행의 발 빠른 상품 도입이 벤처기업의 탈출구 역할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