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커머스 구매액 3.3조원, 중국의 국내 유통시장 장악 우려

작년 한국 C-커머스 구매액 전년比 121%↑
미국, 통계 작성 이래 처음 중국에 밀려
한경협 “C-커머스, 정보 유출 우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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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C-커머스(중국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구매액이 약 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애초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e커머스 구매액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줄곧 미국이 가장 큰 수치를 기록해 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역전당한 것이다.

글로벌 빅5 중 2~4위는 중국 기업

17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최근 5년 글로벌 e커머스 시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e커머스 구매액은 3조2,870억원으로 전년 1조4,860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 미국은 2021년 2조71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감소해 지난해 1조8,5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e커머스 시장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C-커머스의 진출이 활발해진 데 따른 것으로, 월간 이용자 수(MAU)를 기준으로 한 국내 e커머스 플랫폼 순위에도 중국 업체가 다수 진입했다. 지난해 1월 5위를 기록했던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 기준 MAU가 830만 명으로 증가하며 2위에 올랐고, 4위에는 797만 명을 기록한 테무가 자리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5위를 기록했던 2023년 1월 기준 e커머스 MAU 순위에는 1위 쿠팡, 2위 11번가, 3위 G마켓, 4위 티몬 등이 자리했으나, 지난달에는 쿠팡이 1위를 유지하는 점을 제외하고는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 지난달 e커머스 MAU 순위 3위에는 800만 명을 기록한 11번가가, 5위에는 568만 명을 기록한 G마켓이 자리했다.

C-커머스 업체들은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높은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징동닷컴, 알리바바, 핀둬둬(테무 모기업) 등 중국 e커머스 주요 3사의 최근 5년간 매출액 성장률(CAGR) 평균은 연 41.0%로 글로벌 e커머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14.6%)보다 2.8배 높았다. 주요 C-커머스사의 각각의 최근 5년간 CAGR은 징동닷컴 18%, 알리바바 26%, 핀둬둬 79% 등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업체는 지난해 글로벌 e커머스 회사들의 매출 순위에서도 1위 아마존의 뒤를 징동닷컴, 알리바바, 핀둬둬 순으로 나란히 이었다. 5위는 쿠팡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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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진출로 국내 해외전자상거래 적자 폭 확대

C-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유통업계 진출은 우리나라의 해외전자상거래 적자 폭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의 해외 전자상거래는 2021년을 기점으로 구매액이 판매액를 앞질러 적자 전환했으며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5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한경협은 세계 e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국내 시장에 대한 C-커머스 플랫폼의 장악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규제중심의 유통정책 개선 ▲소비자 보호 강화 ▲국내 중소 유통·제조사 지원 등의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유통기업의 활동을 제한해 역차별 논란이 있는 규제 중심의 유통산업발전법을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개선해야 하며, 위해 식·의약품, 가짜 상품, 청소년 유해매체,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 온라인플랫폼의 소비자보호의무 이행 현황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국내 유통기업의 활동을 제한해 역차별 논란이 있는 규제 중심의 유통산업 발전법을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위해(危害) 식의약품, 가짜 상품, 청소년 유해 매체, 개인정보 침해와 같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 온라인플랫폼의 소비자보호의무 이행현황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지원금 지속성 의문, 낮은 품질·고객 서비스도 과제

일각에서는 C-커머스 플랫폼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에 비해 낮은 서비스 품질과 상대적으로 느린 배송, 부족한 고객 서비스 등이 요인을 지목하며, 지속성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이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지난해부터 거론되고 있는 문제다. C커머스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원래 저렴하기도 했지만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더욱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결국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장기간 지속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중국 정부의 지원금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더욱이 국내 e커머스 기업들도 반격에 나서며 C커머스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2년여 만에 와우멤버십 월 회비를 현재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이번 인상에 따라 쿠팡 유료 멤버십 수입은 연 8,388억원에서 1조3,26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멤버십 가격 인상은 C커머스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해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멤버십 회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고 락인(lock-in)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