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대표 매파 인사’ 미니애 연은 총재, 연말 1차례 인하론에 “합리적”

카시카리 총재, “올해 12월 첫 금리인하가 합리적”
금리 7연속 동결 5.5% 유지, 연준도 ‘연내 1회 인하’ 언급
한은 총재 "섣부른 피벗 정책비용 더 커, 인내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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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를 7회 연속으로 동결한 미국 (Fed·연준) 내에서 금리를 내리려면 올해 연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올해 연말에 한 차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합리적’이라고 발언하면서다.

닐 카시카리 연은 총재, 연말 1회 금리 인하 전망

카시카리 총재는 16일(현지 시각) 미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 진행자가 “연준이 올해 한 번 금리를 인하할 것이고, 12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올해 연말 무렵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본다”고 답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우리는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시간을 들여 더 많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노동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며 “올해 금리를 한 번 인하한다면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민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고용할 수 있는 항만 노동자와 트럭 운전사들이 늘어난 것이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 감소에 86%의 영향력을 미쳤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몇 년 동안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공급 중단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노동자들이 돌아오고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채우면서 많은 부분이 좋아졌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민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경제에 기여하고, 살 곳이 필요하기에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수요도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이민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효과를 판단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미국인들이 직장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경제가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인플레이션이 약 3% 수준이므로 2%까지 낮추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도 올해 기준금리 1차례 인하 시사

앞서 연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기존 5.25∼5.50%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올해 금리 인하를 한 차례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3%로 시장 전망치(3.4%)를 하회하는 등 물가상승률 둔화 시그널이 나왔지만, 연준은 기존 3차례 인하에서 1차례 인하로 인하 전망 폭을 오히려 축소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CPI 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진전을 보여줬지만, 한 번 좋은 지표가 나왔다고 바로 움직일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차례 인하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9월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 기준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이날 오전 CPI 발표 직후 9월 인하 가능성을 약 70%까지 내다봤으나 파월 기자회견 이후 60%로 낮췄다.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연속 동결함으로써,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이번 FOMC에서 가장 주목한 지표는 연준 경제전망요약(SEP)의 ‘점도표’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의 금리 전망치를 점을 찍어 만든 표를 말한다. 이 중간값을 살펴보면 연준의 향후 정책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점도표 따르면 연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5.0∼5.25%)로, 기존 전망(4.6%)에서 0.5%포인트 뛰었다. 하지만 연준 위원들마다 인하 시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8명은 두 차례 인하, 7명은 1차례 인하, 4명은 ‘올해 인하 없다’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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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제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도 4분기나 내년경 낮출 듯

연준이 여전히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인하도 일러야 4분기, 경우에 따라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목표 수준(2%) 안착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로,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라스트 마일)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낮췄다가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될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12일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완화 기조로의 섣부른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따라서 물가가 2%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내수 회복세 약화·연체율 상승 등 피벗이 너무 늦을 경우 예상되는 위험과 환율 변동성·가계부채 증가세 확대 등의 조기 피벗 부작용을 모두 거론하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런 상충 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길 때”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3월 3%대에서 4∼5월 2%대 후반(4월 2.9%·5월 2.7%)으로 내려왔지만, 5월 농산물 물가는 19.0%나 치솟고 석유류 상승률(3.1%)도 작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중순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발생하자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고, 최근까지 1,370∼1,38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다소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 역시 다시 강해지고 있다. 5월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 증가와 함께 6조원이나 또 불었다. 지난해 10월(+6조7천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런 불안 요소를 고려해 다음 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다시 현 수준(3.50%)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측대로 실행될 경우 지난해 2월 이후 12연속 동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