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새 주인은 에어인천, 화물사업 2위로 ‘급부상’

에어인천 손에 들어간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청신호'
소형 항공사에서 국내 2위 화물사업자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
'언더독' 에어인천의 승리 원동력은 FI 우군 확보·정성평가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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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새 주인으로 국내 유일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이 선정됐다. 이로써 연 700억원대 매출의 중소 항공사였던 에어인천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화물사업자로 급부상하게 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조건으로 내건 화물사업 독과점 해결이 제3자 매각을 통해 풀리면서 양 사 통합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우선협상자로 에어인천 내정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 중 에어인천을 우선협상자로 내정했다. 대한항공은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매각안을 최종 승인해 에어인천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에어인천이 써낸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매각가는 지분 기준으로 약 5,000억원, 부채를 포함한 전체 기업가치 기준으론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EC가 화물사업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제시됐다. 양 사 합병에 화물사업부가 최대 걸림돌이 된 셈이었지만, 제3자 매각을 통해 독과점 문제가 해결되면서 EC의 기업결합 승인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가 됐던 대한항공의 4개 유럽 노선 역시 티웨이항공에 이관하면서, 시장에선 양 사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10월께 미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인천은 이번 인수로 단거리 화물 운송에 그쳤던 소형 항공사에서 국내 2위 화물사업자로 급부상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19.4%로 대한항공(45.2%)에 이어 2위에 달한다. 자체 화물기 8대와 리스 3대를 포함해 모두 11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매출 1조6,071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에어인천은 자사가 보유한 소형 화물전용기 및 동남아향 운수권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보유한 대형 화물기 및 미국·유럽향 운수권이 합쳐지면 큰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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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나항공

에어인천의 ‘역전극’, “정성평가에서 우위 점한 덕”

한편 당초 이번 인수전에서 에어인천은 ‘언더독’으로 여겨졌다. 경쟁자인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비해 자산 규모가 작고 매출 등 실적에서도 가장 밀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에어인천이 역전극을 쓸 수 있었던 건, 항공 화물사업의 본질 경쟁력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EC의 이목을 사로잡은 영향도 크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EC의 선택이었다. 애초 이번 거래 자체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EC로부터 승인받기 위해 파생된 딜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EC가 내건 인수자 조건은 ‘대한항공에 대한 견제력’이었다. EC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 인수 희망가뿐 아니라 인수 후보자의 안정적인 운영 능력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봐달라고 요청했던 이유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조건으로 화물 사업부 매각을 바라봤다”며 “양 사 통합으로 우려됐던 독과점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화물 항공운송 사업의 경쟁을 유지할 수 있는 인수자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이 에어인천 역전극의 단초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에어인천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가 적어낸 인수 희망가에 큰 차이는 없었다. 정량평가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단 것이다. 다만 에어인천은 타 업체와 달리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인수 후 운영 계획 등을 꼼꼼하게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에어인천은 EC가 강조한 향후 운영 능력 등 정성적인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한투파 합류로 자금 문제 해결하기도

본입찰을 앞둔 막판에 한국투자파트너스(한투파)와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도 주효했단 평가다. 앞서 지난 4월 에어인천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소시어스PE는 한투파PE본부를 FI로 확보했다. 소시어스와 한투파PE가 공동운용(Co-GP) 펀드를 조성해 각각 출자하면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맡는 방식이었다.

이전까지 에어인천의 최대 약점은 최대주주의 자금력 문제였다. 그나마 지난 3월 소시어스PE가 프로젝트 펀드 450억원을 추가 출자해 자금을 채웠지만, 당시만 해도 인수 가액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여전히 부족하단 게 업계의 시선이었다. 그러나 예비입찰 중 실사에서 예상가가 절반 규모로 크게 떨어진 데다 한투파가 에어인천에 힘을 실으면서 자금력 부족이란 족쇄를 벗어 던지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에어인천은 세 개 회사 중 유일하게 화물사업을 영위 중이었단 점, 한투파 등 FI를 우군으로 확보했단 점 등 요건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덕에 역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