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IPO 출사표 던진 현대차, 韓-日 현지 경쟁 승기 잡을까

현대차 인도 법인, 9~10월 중 현지 상장 예정
현대차·기아 인도 매출 급성장, 순이익도 꾸준히 개선
"스즈키·도요타 꺾어라" 인도서 벌어진 韓日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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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한다. 현지 매출과 이익률이 급성장한 가운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인도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격화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 경쟁 속 현대차가 보여줄 활약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 현지 IPO 도전장

11일(현지시간) 인도 경제일간지 더이코노믹타임스(ET)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 법인은 2주 내로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예비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할 예정이다. IPO 주관사로는 씨티그룹, HSBC, JP모건, 코탁 마힌드라 은행,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다수 참여한다.

DRHP 심사에는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심사 기간, 청약 및 배정 등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 인도 법인의 상장은 올해 9~10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지분 15~20%를 매각하고 280억 달러(약 38조4,000억원)의 자금을 모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인도 시장 내 생산 시설 확충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 △판매 네트워크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 중 하나”라며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IPO에 성공할 경우 확보한 자금을 발판 삼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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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셀토스/사진=기아

현대차의 새로운 아시아 거점

업계에서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현대차·기아의 아시아 주요 거점으로 등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1998년부터 인도 남부에 위치한 칸치푸람(Kancheepuram District)에서 현지 공장을 기동해 왔고, 기아는 지난 2019년 현지 안드라프라데시(Anantapur District)에 생산 공장을 신설, 당해 7월부터 현지 생산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현대차·기아는 현지 시장 상황에 적합한 전략 모델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현대차는 2020년 인도 시장에 크레타와 i20를 본격 출시했으며 뒤이어 △i20 N라인(2021년) △투싼·베뉴(2022년) △아이오닉5·베르나(2023년) 등을 양산하고 있다. 기아 역시 △셀토스(2019년) △카니발·쏘넷(2020년) △카렌스(2022년) 등을 현지 생산하며 시장 입지를 다졌다.

제품 라인업 확장은 유의미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인도 시장 내 현대차·기아의 합산 매출은 △2020년 8조7,354억원 △2021년 11조303억원 △2022년 15조1,138억원 △2023년 16조5,094억원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순이익률도 △2020년 3.38% △2021년 5.65% △2022년 6.54% △2023년 7.50% 등 매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2,949억원에 그쳤던 인도 법인의 합산 순이익은 지난해 1조2,384억원까지 치솟았다.

인도 시장 내에서 벌어진 ‘한일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도 시장 내에서 치열한 ‘한일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자동차공업회(SIAM)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현대차·기아의 인도 현지 차량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했다(8만4,371대). 이는 인도 시장 내 부동의 1위인 마루티 스즈키(일본 스즈키와 인도 현지 업체 합작)의 판매 증가율(10%)을 소폭 웃도는 수치다.

다만 시장 1위를 꺾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일본 유력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인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기아는 불과 1년 만에 도요타를 제치고 점유율 5위 자리를 꿰찬 바 있다. 이후 도요타는 현대차·기아를 겨냥한 전략 모델을 대거 출시하며 시장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차의 ‘크레타’를 겨냥한 모델인 ‘어반 크루즈 하이라이더(SUV)’를 크레타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에는 인도와 아세안 지역에서 현대차 견제 모델인 ‘야리스 크로스’ 등을 잇따라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스즈키와 도요타가 ‘연합군’을 결성했다는 점 역시 우려 요인이다. 현재 도요타는 스즈키의 SUV인 그랜드 비타라(도요타명 어반 크루저 하이라이더)를 자사 인도 공장에서 제작하고 있다. 2025년엔 양사가 함께 제작한 첫 인도 현지 생산 전기차가 시장에 공개된다. 이들 기업은 2030년까지 총 6종의 전기차를 인도 시장에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