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 반복하는 삼성, 임원진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 부양은 요원하기만

삼성전자 주가 거듭 하락, 목표주가 괴리율도 37.1%
HBM 시장서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삼성, 엔비디아 납품엔 '청신호'
자사주 매입으로 책임경영 의지 드러냈지만, 하락세 반전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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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뒷걸음질을 반복하면서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목표주가를 돌파한 SK하이닉스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목표주가 2번 넘어선 SK하이닉스, 반면 삼성전자는 ‘부진’ 연속

10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7만5,80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 대비 1.94%(1,500원)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0.24%(500원) 오른 것과 대비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흐름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엇갈렸다.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희비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에 4세대 HBM(HBM3)에 이어 5세대 HBM(HBM3E)을 납품하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초 13만9,700원에서 10일까지 48.9%(6만8,300원) 오르며 증권사 기대치를 경신했다. 연초 목표주가 평균 16만4,000원을 지난 3월 넘어섰고, 5월 초 목표주가 평균 18만2,000원도 같은 달 13일부터 웃돌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을 위해 HBM3E ‘퀄 테스트(최종 신뢰성 평가)’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최종 승인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들어 3.1%(2,400원) 내렸다. 지난달 9일 8만원 선이 깨진 뒤로 한 달째 7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증권사·투자은행(IB)의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연초 9만2,000원에서 현재 10만3,900원까지 상향조정된 상황에서 주가가 이를 쫓지 못하면서 괴리율은 15.6%에서 37.1%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3E 납품하나

다만 미래 전망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차후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SK하이닉스에만 HBM을 의존하면 단일 공급처(Sole Vendor)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대항마 격으로 삼성전자를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 검증 현황을 직접 언급한 바도 있다. 앞서 지난 4일(현지 시각) 황 CEO는 “(아직 검증 절차가) 끝나지 않았을 뿐”이라며 “빨리 끝났으면 좋겠지만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품이 발열 문제로 검증 통과에 실패했다는 로이터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검증 절차가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HBM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돼 있기도 하다. 2025년 HBM 수요량 추정치는 22억3,000만GB(기가바이트)에 달하지만, 같은 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의 출하량은 12억5,000만GB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부족한 공급분을 삼성전자가 채워줘야 한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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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에 자사주 매입 나선 임원진들, 하지만

그러나 당분간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인 만큼 삼성전자의 주가 반등도 단기간 내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주가가 거듭 하락하면서 삼성전자 주주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단 점이다. 이에 삼성전자 임원진들이 선택한 출구전략은 자사주 매입이다.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비판을 잠재우겠단 취지다.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은 흔히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삼성전자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임원진들이 매수한 자사주는 총 40억1,751만원에 달한다. 매수가 집중된 시기는 올해 3월로, 이 기간에 임원진들은 총 22억6,586만원을 투입해 3만1,199주를 사들였다. 이는 이날 기준 총 매수(5만4,677주) 주식 수의 57%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액도 전체의 절반가량을 투입했다.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잠시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4월 4일엔 주가가 8만5,3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11일엔 다시 7만5,200원까지 내려앉았다. 여전히 ‘7만 전자’ 박스권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에 시장에선 예상했던 바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반등하다 다시 추락하는 현상은 이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반복돼 왔단 것이다. 이렇다 보니 주주들 사이에선 “주가 하락 시기에 매수에 나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임원진들의 ‘물타기’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주가 부양 효과가 명확지 않은 자사주 매입에만 매몰돼 있어선 안 된단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