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기업 밸류업 위해 상속세율 등 세제 개편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
기업 법인세 추가 부담하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해야
기업의 투자 제고 위해 상속세율 인하 및 금투세 폐지·유예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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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경(왼쪽부터) 가비파트너스㈜ 대표이사, 조만희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 손경식 경총 회장,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 이동근 경총 상근 부회장/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최대주주의 상속세 할증을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상속세율 첫 과세 표준구간을 15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업 밸류업 위해 ‘세제 개편’ 필요

3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물론 정부가 계획하는 지원방안이 우리 주식시장에 활력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저평가된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게 하고 해외 투자자들을 국내 기업 투자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매력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20년 넘게 유지 중인 상속세 과세 구간 조정 등 적극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부 발제자로 나선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 시키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정상화시켜 기업과 주주가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방안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상속세율 인하와 과세표준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와 기업 배당에 따른 법인세 혜택도 주장했다. 이밖에 △배당소득을 납세자가 종합소득과세와 분리과세 중 선택하여 납부하는 방안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장기보유 소액주주에 대한 세제혜택 등도 제안했다.

2부 토론회에서는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 나눴다. 송호경 가비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청년사업가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내에서 청년사업가에게 기업하기 좋은 세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기업 가치는 기업 성과에 영향을 받지만,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세제에도 영향을 받는다”며 “법인세 혜택을 통해 기업의 배당성향을 높여야 하고, 특히 법인세율의 점진적 인하가 기업 가치 밸류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율 인하 및 과표구간 조정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 △공익법인 출연 주식 등에 대한 상속·증여세 완화 등을 제안했고, 조만희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정부는 자본시장이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과 기회의 사다리’가 되도록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적극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총 관계자는”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을 비롯해 다양한 개선과제들을 담은 세제개편 건의서를 가까운 시일 내에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소야대’ 국회 통과는 미지수

다만 밸류업을 위한 세재 개편을 위해서는 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여소야대 국면의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당이 분리과세 및 법인세 감면에 대해 대주주 및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배당 세제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상속세 건은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에 이어 상속세 완화 검토까지 시사했지만 정부 의지만으로는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기업들도 미미한 반응을 보이며 시장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주주환원 기조 강화로 인해 결국은 밸류업 정책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공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은 강력한 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참여도 어렵고 아직 관심도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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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모멘텀, ‘세제 혜택’에 달렸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추진해 닛케이지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일본의 밸류업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 28일 금융투자협회 주최의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호리모토 요시오 일본 금융청 국장이 참석해 소개한 밸류업 성공 요인들을 보면 우리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핵심 사안이 눈에 띈다.

호리모토 국장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가급적 많이 투자자가 돼 주주로서 성장의 과실을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 체제가 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자와 경영자의 의사소통을 충실히 만들어야 하며 이 계획에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마련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런 핵심에서 비켜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법을 고쳐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지만 이는 재계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재계가 주장하는 상속세 완화안을 밸류업에 끼워 넣으려 하고 있지만 이는 국회를 장악한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일반적인 대증 요법으로는 한국 증시를 떠나간 투자자들을 돌아오게 할 수 없다. 규제 혁파 등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끈 도쿄증권거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회성 주가 부양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투자 현황을 재검토하고, 수익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 실적과 증시의 체질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부양책은 또 다른 거품을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