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적정성 위기 해소해라” 신종자본증권 발행 늘리는 롯데카드

롯데카드, 보름 만에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 추가 발행 
"악재 너무 많이 쌓였다" 자본적정성 지표 줄줄이 악화
신종자본증권 확대로 부채 부담 없이 자금 조달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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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가 올해 들어 두 번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앞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지 보름 만이다.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악재가 누적되는 가운데, 영구채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를 확대하며 ‘활로’를 찾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5년 콜옵션(조기상환원)을 조건으로 2,000억원 규모 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주관사는 미정이며, 희망 금리 밴드 수준과 수요 예측 및 발행 일정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따로 없거나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고,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증권이라는 특징이 있다. 흔히 ‘영구채’로도 불린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금융기관이 부실 기관으로 지정되면 투자자들이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조건이 있으며, 동일 등급 회사채 대비 낮은 등급이 부여된다. 실제로 NICE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은 롯데카드의 선순위 회사채 신용등급으로 ‘AA-(안정적)’을 부여했지만, 신종자본증권에는 ‘A(안정적)’ 등급을 매겼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일반적인 회사채 투자 대비 비교적 높은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한편 롯데카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4일 한 차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친 바 있다. 초기 모집액은 900억원이었으나, 지난달 7일 수요예측 당시 모집액의 3배를 웃도는 3,28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최종 1,78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이번 발행을 마치면 롯데카드는 올 상반기 중에만 4,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롯데카드 건전성 ‘빨간불’

롯데카드가 연달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원인으로는 자본적정성 지표 저하가 지목된다. 지난해 말 롯데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7배로 업계 평균 5.8배를 크게 웃돌았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 역시 14.96%에 그쳤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위험 자산 규모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한 수치로, 카드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나쁘다는 의미이며, 업계 평균치는 19.12%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기조 속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되며 롯데카드의 건전성 전반이 악화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실제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신채,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카드 역시 올해 CP로 8,700억원, 단기사채로 3조6,500억원을 발행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같은 경로로 자금을 확보할 경우, 부채 비율이 빠르게 늘어나며 자본적정성 지표가 악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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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자본증권으로 위기 해소할까

고금리 부담 속 실적 역시 빠르게 악화하는 추세다.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27억원에서 325억원으로 48.1% 줄었다. 영업수익 자체는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고금리로 조달 비용이 급증하면서 순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2분기 이후 실적에도 큰 기대는 실리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부실도 롯데카드의 실적과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조1,476억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카드사는 수수료 수입과 카드론 사업 등에 집중하지만,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수익성 제고를 위해 꾸준히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해 왔다.

각종 악재가 누적되는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은 부채비율을 늘리지 않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이지만 만기 없이 발행자가 제어할 수 있는 조건부 자본증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부채가 누적되기는커녕 오히려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카드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시장의 투자 심리가 우호적이라는 점 역시 호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