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가총액 엄청 뛰었네” 美 대형 기술주에 돈 붓는 서학개미

"테슬라보다 많다" 국내 투자자 엔비디아 보관 금액 급증
시가총액 3조 클럽 눈앞에 둔 엔비디아, 애플·MS 맹추격
美 대형 기술주 경쟁 속 흔들리는 서학개미 투자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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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매서운 주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AI 인프라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하며 덩치를 불린 결과다.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나섰다.

엔비디아가 테슬라 제쳤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주식 보관 금액은 110억7,690만 달러(약 15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날 ‘부동의 1위’였던 테슬라의 보관 금액은 106억7,794만 달러(약 14조7,000억원)로 엔비디아 보관액을 소폭 밑돌았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1위 종목이 바뀐 것은 약 4년 만이다.

올해 초 이후 약 5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11억8,510만 달러(약 1조6,000억원), 엔비디아는 5억1,599만 달러(약 7,100억원) 순매수했다. 순매수 결제 규모 자체는 테슬라가 2배 이상 컸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테슬라를 압도하며 주가 상황이 반영되는 보관액 규모 순위에도 변동이 발생했다.

최근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개발에 뛰어든 빅테크 기업들의 AI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AI 반도체 대장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은 1분기 실적과 액면 분할을 발표한 뒤 23일 종가 기준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섰고, 29일에는 1,148.25달러까지 뛰어올랐다.

애플·MS도 코앞에

연일 이어지는 주가 상승세 속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28일 기준 2조8,018억 달러(약 3,863조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3조 달러 클럽 입성이 코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상장 종목 중 3조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한 것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두 곳뿐이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속도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후 불과 10개월 만인 지난 2월에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넘겼다. MS, 아마존, 알파벳, 메타 등 소위 ‘빅4’가 불꽃 튀는 AI 선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이들의 AI 인프라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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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조만간 엔비디아가 현재 시가총액 2위인 애플(2조9,130억 달러)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8일 기준 두 기업의 시가총액 격차는 1,120억 달러(약 4%) 수준이다. AI 시장 경쟁 주자이자 글로벌 시가총액 1위 MS 역시 추격권 안에 들어왔다. 같은 날 MS의 시가총액은 3조1,983억 달러(약 4,410조원)로 엔비디아 시가총액보다 3,965억 달러가량 많다.

서학개미 자금 움직임은?

미국 주요 기술주들의 시가총액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속속 미국 증시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28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내국인의 해외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보관 잔액 중 미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말 79.9%에서 이달 90%까지 뛰었다.

투자 종목 역시 급변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개인 투자자의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에는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 전기·전자, 은행, 원자재 관련 종목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엔비디아, MS, 인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등 AI와 가상자산 테마 열풍을 등에 업은 대형 기술주들이 상위 10개 순매수 종목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들 4개 종목의 순매수 금액 비중은 상위 10개 종목 순매수 총 35억 달러 중 17억1,000만 달러(48.9%)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종사자는 “AI를 앞세워 불어닥친 기술주 열풍이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뒤흔들었다”면서도 “대형 기술주들의 고평가 부담, 금리 인하 이후 환차손 위험 등을 충분히 고려해 투자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