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의 난’ 아워홈 노조, 법원에 “구본성 횡령·배임 엄벌 촉구” 탄원

아워홈 노조, 서울남부지법에 탄원서 제출
"어려움 처한 임직원 사지로 몰고, 회사에 막대한 피해"
오는 31일 임시 주총서 사내이사 추가선임 등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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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사진=아워홈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아워홈 노동조합이 재판부에 구 전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했다. 현 경영진 중심의 안정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해석된다. 구성원들의 이 같은 목소리가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주총 결과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아워홈 노조, 재판부에 ‘구본성 엄벌’ 탄원서 제출

27일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조는 이날 재판부에 구 전 부회장에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워홈 노조는 구 전 부회장의 혐의와 관련해 “아워홈 직원들은 허탈함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아워홈은 30년간 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으나 구 전 부회장의 경영 참여로 창사 이래 첫 적자가 났고 그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0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던 임직원들에게 계약해지, 무급휴가 강요, 연차휴가 강제 사용 등으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쫓았다”며 “2020년 9월 기업의 대표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보복운전으로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아워홈의 대외 신뢰도마저 급격히 무너졌다”고 피력했다.

특히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추구해 횡령, 배임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재판 중에 있는 최근까지도 반성의 기미 없이 주주총회에서 2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요구하고, 본인과 자식을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해 경영 복귀를 시도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조는 “오랜 기간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직원들의 믿음과 노력을 배신하고 개인의 이익을 취한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본 사건의 빠른 재판 진행을 요청드리며 피의자 구본성의 죄를 낱낱이 밝히시어 엄벌에 처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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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워홈 노동조합

장녀 구미현씨 자택 앞 ‘트럭 시위’도

앞서 아워홈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장녀 구미현씨와 구씨의 남편 이영열씨 자택 앞에서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한 바도 있다. 구미현씨와 이영일씨를 상대로 아워홈 사내이사직 내려놓고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 골자다.

노조는 지난 16일 구미현씨 자택 앞에서 한 차례 현수막 시위를 진행했으나 강제 철거를 당하자 지난 20일부터 트럭 시위로 방향을 바꿔 이날까지 5일 연속으로 구미현씨 자택 앞 시위를 전개했다. 노조는 이날 자택 앞 마지막 시위를 벌인 뒤 오는 3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에 대한 지지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구미현씨는 아워홈 오너가의 경영권 갈등의 핵심 인물로 지난 17일 아워홈 정기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손잡고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좌초시켰다. 그리고 구미현씨와 이영일 전 한양대 교수가 사내이사에 올랐다.

아워홈 ‘남매의 난’ 속 노조의 속내는

노조가 구미현씨 부부의 퇴진과 구 전 부회장의 엄벌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체제를 더 신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사회 퇴출로 지배력이 약해진 구 부회장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아워홈 노사는 임금협상을 두고 한 차례 부딪친 바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같은 해 8월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내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노조가 조정신청을 취하하고 다시 교섭 테이블로 돌아오면서 갈등이 해소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성과급을 두고 재차 마찰이 빚어졌다. 아워홈이 올 2월 중 지급하기로 약속한 임직원 인센티브 지급을 치일피일 미루면서다. 이에 노조는 지난 3월 15일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앞에서 경영진을 규탄하며 조속히 성과급 지급과 승진급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던 노조가 돌연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 힘을 싣고 있는 건 구 부회장이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노조의 마음을 얻은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아워홈은 구 부회장 체제 아래 성장세를 지속해 왔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썼고 올해는 매출 2조 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구 부회장은 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단합하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가족의 달을 맞아 임직원 가족을 회사로 초청한 행사에 참석해 “어릴 적 아버지가 전해주던 일터의 이야기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에 반해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보복 운전으로 회사와 노동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그럼에도 여기에 천문학적인 배당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구 전 부회장은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만나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을 가져온 뒤 지분 매각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회사 내부에선 ‘구본성 체제’가 다시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