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금리 인하 ‘불확실성’ 증대에 업계서도 비관 전망, “2분기 주택경기 침체 심화할 것”

주택건설업체 관계자 83% "최소 1년은 경기 침체 이어질 것"
규제 완화 기대감 하락에 기준금리 동결 흐름까지, "주택시장 진입 문턱 여전히 높아"
금리 인하 지연에 주담대 금리 상승 분위기 확산, 인터넷은행도 평균 금리 연 4%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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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경기 침체가 최소 1년 후에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규제 완화 기대가 꺾인 데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마저 높아진 탓이다. 지난 1분기에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이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억제돼 있던 거래가 일부 회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국지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흐름, “1년 뒤에나 회복될 것”

21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전국 주택건설업체(회원사) 300곳을 대상으로 주택경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에 응한 83개 업체 중 41곳(49%)은 2분기 주택경기가 1분기보다 더 침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보다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답한 곳은 9곳(11%)에 불과했다.

주택경기가 회복하는 데는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2년 후 주택경기가 호전될 거라는 응답이 40%(33곳)로 가장 많았고, 1년(25%)과 1년 반(18%)이 소요될 것이란 응답이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주택건설업체 응답자의 83%가 최소한 1년은 주택시장 침체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5월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도 74.1로 전월 대비 2.0p 하락했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100을 하회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해당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건, 결국 3월 이후 서울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가격이 반등하고 있음에도 공급 주체인 건설 업계는 여전히 시장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단 의미다. 이에 대해 주산연은 “총선 이후 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 완화 법령 개정이 난항을 겪는 와중 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진 게 사업경기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총선 대패한 여당,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

실제 총선 이후 시장에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사그라진 상황이다.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패해 여소야대가 더욱 강화되면서 규제 완화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설, 적체되는 매물 등 영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규제 완화 기대감마저 사라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둔화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긍정적인 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0만5,6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늘었다. 특히 서울 지역은 올 1분기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8,60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하면서 전체 증가율을 상회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최고가 경신 거래가 속출하기도 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당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계약일 기준)은 4,026건으로 전달 대비 61.9% 급증, 신고가 거래도 304건으로 전달보다 45% 가깝게 늘었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매매거래량 증가세가 단기 실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서울 아파트 최고가 경신과 거래량 증가 등 흐름은 그간 급격히 위축됐던 거래가 올해 들어 일부 회복되면서 나타난 국지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고가 거래 비중도 부동산 호황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 건수(계약일 기준)는 944건으로 전체 거래 1만1,324건의 8.3%에 그쳤다.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 비중은 지난 2021년 52.6%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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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도 ‘불확실’, 경기 회복 요원하기만

하반기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늘었단 점 역시 악재다. 당초 올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엔 금리 인하가 이뤄지리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지연을 시사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앞서 지난 1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될 것 같지는 않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데이터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확신도 주지 못했다”며 고금리 장기화가 불가피함을 공식화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좇는 한국 특성상 미국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지연으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및 이에 따른 부동산 거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점차 오르는 추세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중 지난 3월 주담대 평균 금리를 연 3%대로 책정한 곳은 하나은행(연 3.71%)과 농협은행(연 3.89%) 두 곳뿐이다. 시중은행 대비 대출금리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도 연 4%를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진입 문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도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