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銀·인뱅 ‘첫 공동개발’ 상품 출시, 토스뱅크-광주은행 혁신금융 신청

토스뱅크·광주은행 첫 공동대출 상품 선 보여
토스서 대출 신청 시 양사 분담 비율로 집행
금리 부담 완화 및 시중銀 과점구조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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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와 지방은행 광주은행이 공동으로 개발한 금융상품이 첫선을 보일 전망이다. 토스뱅크의 모객력과 광주은행의 자금력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될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5대 시중은행에 집중된 은행업 과점 구조를 완화하는 시발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토스뱅크-광주은행 공동대출 출시 임박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은 공동대출 상품 출시를 앞두고 ‘혁신금융서비스’로 인가받기 위한 양사 간의 조율을 마무리하고 금융당국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상품은 앞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토스와 광주은행은 이르면 다음 주 중 금융위에 ‘공동대출 상품’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해당 상품이 인가를 받게 되면, 지정된 범위 내에서 금융 관련 규제 예외 및 면제 등의 특례를 적용받게 된다.

앞서 지난 7월 금융위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신규 인가 등 실효성 있는 경쟁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이 있다면 신규 인가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은행업무 중 특정분야에 전문화하고자 하는 진입 수요가 있고 안정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이 제시된다면 탄력적인 인가 심사를 통해 진입을 적극 허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공동 상품은 고객이 토스뱅크 앱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두 은행이 각각 심사를 진행하고 양측에서 모두 승인이 완료된 고객에게 대출을 진행해 주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뱅킹은 편리한 접근성과 신용평가모형을 제공하며 대출자금은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분담하는 구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기존 시중은행 중심의 구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5대 시중은행에 집중된 대출 관련 과점 구조가 두 은행의 상호 보완적인 공동 상품을 통해 경쟁 활성화를 위한 촉매제 역할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방은행 대부분 순이익 마이너스, 대출 부문은 인뱅에 역전 직전

이처럼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이 상생모델을 만드는 이유는 각 은행이 가진 장점 못지않게 현재 처한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은행은 그동안 지역민, 지역 중소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최근엔 시중은행의 견고한 입지와 인터넷은행의 약진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전 중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방은행 5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4,454억원으로 전년(1조5,608억원) 대비 7.4% 감소했다. 경남은행만 1.3% 늘었을 뿐 부산은행(-16.1%)·광주은행(-6.8%)·대구은행(-6.2%)·전북은행(-0.3%)은 모두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 등을 통해 작년에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간 국민은행(+15.5%)·하나은행(+12.1%)·농협은행(+3.6%) 등 주요 시중은행과는 상반된 실적이다.

심지어 대출 부문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역전당하기 직전이다. 지방은행 5곳과 인터넷전문은행 2곳과 가계대출 잔액 격차는 2022년 25조원에서 2023년 21조원으로 4조원가량 줄어들었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는 32조9,478억원을 기록하며 지방은행 1·2위인 부산은행(18조3,743억원)·대구은행(19조8,074억원)을 10조원 이상 앞섰다. 케이뱅크(11조9,017억원)도 전북은행·광주은행을 크게 따돌리고 경남은행(12조2,135억원)을 바짝 쫓고 있다. 낮은 대출 금리와 비대면 편의성 등 금융 경쟁력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밀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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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스뱅크

인터넷은행의 한계 ‘자금력’, 지방은행 협업으로 경쟁력 확보

한편 인터넷은행의 한계로 지목되는 점은 ‘자금력’이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는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처음 등장한 은행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더 낮은 금리를 찾아 환승하는 고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은행들은 올해 1분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의 낮은 자금력은 한계로 지적돼 왔다. 토스뱅크가 수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납입자본금을 약 2조원까지 확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동 상품 개발을 시작으로 향후 지방은행이 보유한 자금력의 도움을 받을 경우 개인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이 경쟁력을 한층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도 “향후 혁신금융상품으로 지정되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장점을 유연하게 결합한 대출상품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기존 은행 간 협업 모델의 성과가 중요하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과점 체제인 은행 등의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는데, 이는 5대 시중은행이 대출·예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였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까진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여부 외에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는 데다, 네 번째 인터넷은행 인가를 받기 위한 경쟁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의 공동대출 상품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