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건전성 위기에 예금 금리 하락 ‘장기화’, 저축은행의 끝나지 않는 고난사

저축은행 평균 금리 10개월 만에 '최저', 왜?
예금 금리 하락 '장기화' 추세, 브레이크 없이 허덕이는 저축은행들
건전성 이슈에 M&A 시장에도 '눈길',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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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저축은행들이 영업 긴축에 들어가면서 저축은행 79곳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조달 비용 상승,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이후 대출을 줄이면서 높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진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영업 환경 악화를 비롯해 금융당국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를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축은행 평균 금리 3.80%, ‘4% 선’ 깨졌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저축은행 79개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80%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5%대를 기록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고금리의 대명사’로 불리던 저축은행 예금의 금리 매력은 상당 부분 퇴색된 상태인 셈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초만 하더라도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06%대로 4%를 웃돌았으나, 올해부터 금리 4% 선이 깨지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 연 3.96%대까지 추락한 평균 금리는 1월과 2월 두 달 연속으로 0.10%p 추락했다.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하락 현상은 지난해 초부터 장기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고금리를 원하는 저축은행 고객들의 선택 폭이 상당 부분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4% 이상의 금리를 주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19개에 불과하다. 지난달 초 64개 저축은행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4% 예금 상품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저축은행의 기조가 갑작스레 변한 건 건전성 위기가 가시화한 탓이 크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외한 5대 저축은행은 모두 자산건전성이 안정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총자산 규모를 줄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개선 수준이 ‘겉핥기’ 수준에 그치면서 브레이크 없는 트랙에서 허덕이기만 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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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적자 2,000억원 이상, 10년 만의 일”

건전성 관리 이슈에 따라 몸집 줄이기가 강요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의 예금 금리 인하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최근엔 금융당국 차원에서 부동산PF 리스크 관리에 저축은행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어 마땅한 대출처를 찾기도 어려워졌다. 앞서 지난달 25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을 임원을 모집해 부동산 PF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본 PF로 전환하기 어려운 브릿지론에 대해 지난해 결산 때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고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날 경우 그만큼 당기순이익은 줄어든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금 유출이 심화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업계 전체로 지난해 2,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축은행 사태 이후 2013년까지 적자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의 일”이라고 언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선 올해 저축은행들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계 M&A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개까지 소유·지배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시장에선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온다 하더라도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적 악화와 PF 부실 우려 확산, 건전성 악화 등 각종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HB·애큐온·OSB저축은행·조은·한화저축은행 등 이미 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저축은행조차 적합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한 형국인 데다, 지난해 11월엔 우리금융지주가 부동산 프로젝트 PF 부실 규모 등을 고려해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 계획을 철회한 바도 있다. PF발 저축은행 ‘고난의 행군’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