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세 꺾인 中에 세계 경제 리스크↑ “무역국 韓, 돌파구 찾아 나서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人民日報

세계 경제를 견인하던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전방위적인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건설 자재부터 전자 제품, 관광, 명품에 이르기까지 영향권도 넓어 업계 사이에서 암울한 사업 전망이 쏟아진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 리스크는 엄청난 도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상품 소비국인 중국은 무역국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中 성장 둔화 가시화, ‘암울한 전망’ 쏟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일제히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영향을 사업 보고서에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기업 대부분이 실적 악화의 원인을 중국 경제 상황에서 찾았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비쉐이인터테크놀로지의 조엘 스메즈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서의 수요가 부진하다”고 했고, 영국의 명품 전문 전자 상거래 기업인 파페치의 호세 페레이라 네베스 CEO도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의 통신 및 전자기기 전문 기업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는 중국 사업 부진을 이유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하반기 전망도 다소 암울하다. 대중 투자 규모를 늘렸던 독일 화학그룹 바스프(BASF)의 마틴 브루더뮐러 CEO는 “올해 남은 기간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계 화학 기업인 코베스트로의 마커스 스텔만 CEO도 “작년 한 해에만 이익 규모가 3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며 “당분간 중국 경제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성장 동력 잃은 中, 자구 노력 안 먹힐 것”

기업들 사이에선 중국이 구조적인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장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의 금리 인하, 금융 시장 개혁 등 조치가 먹혀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들은 특히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데 주목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신들은 중국 경제에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4.4%로 뒷걸음쳤다.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줄이며 지난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는 민간 금융기관과 지방정부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21일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에 1조5,000억 위안(약 275조원)을 지원하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를 0.1%p 인하했으나, 실질적인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헝다와 비구이위안 같은 부동산 개발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자,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민간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보고 있고, 지방정부융자기구의 부실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수록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태를 예견한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8년 철강, 시멘트 등 과잉생산 위기가 두드러진 부문을 구조조정 했다. 철강기업의 경우 부도 위기에 빠진 민간 기업들이 국유 기업에 인수됐고, 한 성(省)당 하나의 국유 철강기업으로 재편됐다. 중국 정부는 또 2015년부터 ‘중국제조2025’를 통해 중국 경제를 고부가가치의 첨단 산업으로 재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해 온 바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거품이 발생할 정도로 비대해진 부동산 부문에서 자원을 빼내 첨단 산업으로 돌렸다. 2020년 초반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면서 부동산 부문의 구조조정이 잠시 연기됐지만, 같은 해 8월 세 가지 레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부문의 거품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다만 중국 경제에서 국가 통제 부문의 비중이 크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이 관료들의 뜻대로만 추진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국 경제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데다가, 관료들 또한 상이한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있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 있다. 중국 경제 악화의 주원인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5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中 리스크, 실물경제 타격 ‘극대화’

중국 경제 악화에 따른 무역 둔화는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두 지역의 누적 수입액은 14% 이상 후퇴했다. 일본의 수출 실적은 지난 7월 기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했고, 한국과 태국 정부는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 시장에선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라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바트, 멕시코 페소 등 신흥국 통화에도 연쇄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 악화에 따른 7가지 리스크가 실물경기 부진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첫 번째 리스크는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이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진입해 외국인들의 투자유인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잠재성장률(세계은행 기준)은 2008년 8.9%를 기록한 이후 2021년에 5%로 하향조정됐다. 두 번째는 ▲부동산 경기 부진의 장기화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실물경기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세 번째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이다. 유동성 위험이 높고 투명성이 낮은 그림자금융 비중 증가가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그림자금융의 자산 규모는 금융안정위원회(FSB) 기준 GDP대비 2021년 63.4%를 기록하며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엔 ▲누증된 기업 부채 ▲가계부채 급증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Carry-trade) 청산 ▲지방정부 재정 부실화 등이 주된 리스크로 꼽혔다.

최근 제조업의 부실과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부도 위기 등 중국 경제 내 위험 신호가 거듭 발생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디플레이션의 시작이다. 향후 중국의 산업 생산 자체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날지, 디플레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저성장이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 리스크는 우리나라에 있어 큰 도전이다. 세계 1위 상품 소비국인 중국의 위기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부진을 직시하고 이를 대체할 수출시장 및 품목 다변화, 반도체 등 기술 경쟁력 제고 등 조치를 기어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