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연 3.5%’로 3연속 동결, 물가상승률 둔화 중이나 통화 정책은 당분간 관망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보였으나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향후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에 따른 추가 인상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으나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한은 금통위는 25일 오전 올해 들어 네 번째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 수준으로 동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세계 경제는 예상보다 성장세가 양호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지속, 은행 부문의 신용공급 축소 등으로 성장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더딘 근원물가가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미 달러화 움직임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은행 부문의 신용공급 축소로 인한 중소형은행 리스크와 부채한도 협상, 중국 경제의 회복 상황 등의 요소들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대내외 정책 여건에 따라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물가는 안정적, 국내 경제는 당분간 부진 예상

안정적인 물가 흐름과 위축된 국내 경제는 기준금리 동결의 또 다른 배경이다. 물가 수준이 예상대로 둔화세인 데다 추가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부담을 고려할 때 기준 금리를 더 높이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먼저 물가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4.2%에서 3.7%로 낮아지는 등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또한 4.0%를 유지했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번 달 3.5%로 떨어졌다. 금통위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소비자물가지수가 올해 안에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국내 경제는 소비가 서비스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 고용 또한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축소됐다. 다만 금통위는 올 하반기부터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 경제 회복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기가 회복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 내다봤다.

사진=e-나라지표 홈페이지

향후 통화정책,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되는 방향으로 운용

금통위는 “향후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의 낮은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으로, 이는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실제 근원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둔화세가 더디다. 올해 1월 5.0%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 4월 4.6%까지 떨어졌지만, 지난 1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여전히 4%대 머물고 있다.

문제는 향후 근원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양호한 서비스 수요 등으로 당초 전망보다 더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금통위도 금년 중 상승률을 지난 전망치(3.0%)를 상회하는 3.3%로 수정했다. 금통위는 향후 물가 경로가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추가 인상 여부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국내 부동산 PF들이 연쇄 파산 위험에 몰린 상황, 지방에서 대규모로 미분양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할 만한 이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리 인상 유인이 강했으나, 지난 4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에 그친 데다 생산자물가지수도 1%대 성장으로 나타나면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외 변수 영향도 무시 못 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고 빠르면 7월, 늦어도 9월부터는 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국내 통화정책도 보조를 맞춰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OPEC+가 추가 감산을 논의하는 등 대외 변수들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어 올해 4분기 이후 통화정책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이어져 온 공급 충격을 시장에서 상당 부분 흡수한 데다 해외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2024년 말에는 통화정책 기조가 기존의 근원인플레이션 타깃팅 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등의 이유로 점진적인 긴축 구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기준금리 예측을 제공하는 ‘페드워치(Fed Watch)’는 오는 6월 14일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 금리가 인상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조금씩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0.25%p 인상으로 금리 인상이 끝났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당시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월가 전문가의 비중은 10%에서 26일(한국 시간) 37.8%까지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