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갭투자’ 노린 전세대출 중단,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초강수

주담대 금리 인상에 이어 전세대출·신용대출도 제한
플러스모기지론도 중단, 주담대 한도 줄어드는 효과
정부는 수도권 핀셋 규제, 2단계 스트레스 DSR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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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인상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갭투자’를 노린 투기성 대출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규제를 강화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음 달부터는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2단계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수도권 주택 시장이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한은행, 26일부터 투기성 전세자금 대출 잠정 중단

21일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조건부 전세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 대상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하는, 이른바 ‘갭투자’에 이용되는 전세자금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전세 보증금 증액 등 실수요자가 이용하는 일반 전세대출은 막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실수요자의 대출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일부 전세대출을 줄여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같은 날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을 중단한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해당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의 경우, MCI·MCG 가입을 제한하면 최대 5,500만원가량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오는 23일부터는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추가 인상한다. 주담대는 0.2∼0.4%포인트, 전세대출은 0.1∼0.3%포인트 상향한다.

다른 은행들도 주담대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의 주담대를 무기한 중단했다.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올리고 다른 은행의 주담대를 국민은행으로 갈아타기 위한 대면 방식의 대환대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고, 하나은행도 이달 초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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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관련 대출 증가에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치 경신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 인상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 제한에 나선 것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 관련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8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13조5,000억원, 전년 동월 대비 32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8월 들어 지난 16일까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달 말과 비교해 4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러한 추세가 이달 말까지 지속된다면, 역대 최대였던 7월의 증가 폭 7조6,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에 20일 금융당국은 9월 1일부터 시행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금리를 수도권 내 은행 주담대에 한해 0.75%에서 1.2%로 상향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감안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DSR은 차주가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스트레스 DSR 시행에 따라 가산금리가 붙으면 그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1억원의 차주가 30년 만기 연 4.5% 대출이자로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받는다면 현재는 1단계 스트레스 금리 0.375%를 적용해 최대 6억3,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1.2%포인트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서 대출한도가 최대 5억7,400만원으로 현행보다 5,600만원 줄어든다. 다만, 비수도권의 경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더라도 0.75%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만큼 대출한도 하락 효과는 수도권 주담대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금융위, 스트레스 DSR 금리 인상 이어 추가 조치 검토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 금리 인상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을 비롯해 은행연합회, 제2금융권협회, 5대 시중은행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라 9월부터 은행권은 새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예외 없이 내부 관리 목적의 DSR을 산출하고 내년부터는 이를 기반으로 은행별 DSR 관리계획을 수립·이행해야 한다.

그동안 보금자리론·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중도금·이주비대출, 전세대출, 1억원 이하 대출 등에 대해서는 DSR이 적용되지 않아 정확한 DSR 수준을 파악할 수 없었지만, 은행이 내부 관리 용도의 DSR을 산출하게 되면 대출 종류·지역·차주 소득 등 다양한 분류에 따른 DSR 정보를 상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기업대출 대비 위험 가중치가 낮은 주담대의 가중치를 상향 조정하고 가계대출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부과 등 자본 적립 부담을 늘리는 카드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수도권’이라는 명확한 타킷이 형성된 만큼 핀셋 규제를 통해 부작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정책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한 조치”라며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 양극화가 뚜렷한 만큼 이번 추가 규제로 수도권 주택 거래 심리에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과 가계 대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 관련 규제 강화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