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무산된 MG손보 매각 ‘수의계약 전환’, 고용승계 없는 P&A 가능성에 노조 반발

MG손보 네 번째 경영권 매각 시도도 결국 유찰 처리
메리츠화재, 예비입찰 건너뛰고 재입찰에 깜짝 등장
노조 "P&A 시 전원 해고 위기, 졸속·밀실 매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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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의 3차 공개 매각 재입찰이 결국 무산됐다. 매각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재무 건전성 악화와 사법 리스크에 난항을 겪으며 모두 불발됐다. 3차 재입찰에 깜짝 등판한 메리츠화재의 진정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수의계약 협상 과정에서 메리츠화재가 우량 자산만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리츠화재 깜짝 참전에도 경영권 매각 또 ‘불발’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MG손해보험에 대한 3차 공개 매각 재입찰이 최종 유찰 처리됨에 따라 수의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8일 3차 매각 재입찰에는 앞서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를 비롯해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보로 등장하면서 이번에는 매각이 성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예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업무위탁을 받아 MG손보의 매각을 진행 중인 예보는 지난 16일 “매각 주관사와 법률자문사가 재입찰에 참여한 3사를 대상으로 제출 서류, 예정가격, 계약조건 이행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최종 유찰 처리됐다”며 “구체적인 유찰 사유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입찰에도 유효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번 입찰에 참여한 3사 외에 새로운 회사와도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MG손보의 매각은 총 네 차례 진행됐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2023년 2월 1차 공개 매각과 같은 해 8월 2차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두 차례 모두 유효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유찰됐다. 이어 올해 3월에 다시 3차 공개 매각을 추진했고 예비입찰에 참여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한 달 넘게 실사를 진행했지만, 다음 단계인 본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3차 매각도 무산됐다.

이후 예보는 3차 매각의 재입찰을 추진하며 네 번째 시도를 했지만 결국 유찰 처리했다. 네 차례나 매각이 불발된 것은 MG손보를 둘러싼 회계·사법 리스크를 뛰어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 건 자금력이다. 예보가 공적 자금 투입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금융당국이 권고한 ‘지급여력비율(킥스·K-ICS)’과 MG손보의 실제 지급 여력 간의 간극이 커 인수 이후에 들어가는 자금이 1조원을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정부와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해 9월 항소했는데 이르면 오는 9월 항소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재판에서 결과가 뒤집힐 경우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번복되면서 MG손보 매각전은 사실상 초기화된다. 대주주와 원매자 간 인수 합병 또는 지분 매각 등의 절차와 방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전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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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후순위채권 발행해 인수 자금 조달

3차 매각 재입찰에 깜짝 참여한 메리츠화재의 속내를 두고도 잡음이 발생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낸 메리츠화재의 참전을 두고 보험 업계는 물론 MG손보 내부에서도 ‘미스터리’라며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진정성과 완주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선 인수로 인해 얻을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MG손보의 점유율은 1%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보기 어렵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인수전 참여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오는 28일 후순위채권 발행을 앞두고 대표 주관사와 증액 규모를 논의 중이다. 발행 규모를 당초 4,0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로 지난 19일 수요예측에서는 5,930억원의 투심을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후순위채권 발행의 증액분을 MG손보 인수 자금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후순위채 차환 4,000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2,500억원이 시장이 인수가로 추정하는 2,000~3,000억원 범위이기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7월 이사회에서 후순위채 발행액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증액했다. 이번 후순위채권 발행이 인수 자금 조달용이라면 MG손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내부적으로 이미 한달 전에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메리츠화재가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으로 비춰졌지만 사실은 오랜 기간 MG손보 인수전 참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현재로써는 손보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메리츠화재가 PEF를 제치고 수의계약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주식 매각을 통한 인수 합병(M&A)이 아닌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예보는 잇따른 유찰에 P&A라는 선택지를 열어뒀다. P&A는 우량 자산만 떼어 가져가고 예보의 공적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인수자에게 유리한 딜이 될 수 있다. 다만 P&A를 채택하더라도 1조원의 경영 정상화 자금이 필요한 것은 변하지 않아 메리츠화재가 취할 실익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노조, 고용승계 주장하며 수의계약 반대 집회 열어

이러한 전망을 두고 MG손보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메리츠화재의 인수전 참전 의도가 투명하지 않고 그 과정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MG손보 노조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반대 MG손해보험 졸속 매각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직원의 고용승계는 물론 피와 눈물로 쌓아온 단체협약 승계를 담보할 수 없는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결사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은 “메리츠화재의 입찰 참여를 두고 600여명의 MG손보 직원은 물론 시장에서조차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MG손보 인수 의사가 진심이라면 재입찰이 아닌 예비입찰부터 관심을 두고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일 간의 재공고 기간 동안 최종 인수제안서에 담을 적정한 인수 가격을 정하고 경영개선 계획까지 준비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입찰 참여와 관련해 당국과 사전에 교감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배 지부장은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MG손보의 우량 자산과 700억원 규모의 CSM(보험계약서비스 마진), 예보의 공적자금 5,000억원을 노리고 있을 뿐”이라며 “갑작스럽게 등장해 당기순익 손실, 자산규모 4조원의 MG손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누구도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메리츠금융지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이익이 된다면 MG손보 인수전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