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부터 하늘까지” 날개 단 현대글로비스, 에어인천 우선매수권 확보

에어인천 대주주 펀드에 1,500억 출자
‘통합에어인천’ 우선매수청구권 확보
항공물류 확대 및 통합 물류 시너지 기대
현대글로비스 센추리호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글로비스 센추리호/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해상 운송 및 육상 물류에 이어 항공 화물 운송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 1,500억 출자로 에어인천 우선매수권 권리 부여받아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소시어스 제5호 기업재무안정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1,500억원을 전략적투자자(SI)의 지위로 출자하며 우선매수권 등 각종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를 주도하는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이후 향후 통합에어인천의 경영권을 현대글로비스가 거머쥘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글로비스는 우선 19일 1차로 500억원을 납입해 지분 34.9%를 확보하고, 잔여 2차 출자금 1,000억원은 향후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합병을 완료하는 시점에 납입할 계획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이와 관련해 “이미 진행하고 있는 항공물류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며 “해상에 집중하던 글로벌 포워딩(화물운송주선업) 역량을 항공으로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넓혀 기업가치 향상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의 투자금은 에어인천의 기체 도입 등 투자 재원 확보에 쓰일 전망이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 거래당사자로 선정돼 자금 조달에 힘쓰고 있다. 현재까지 거래대금 4,700억원을 포함해 6,500억원을 조달한 상황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인화정공이 에쿼티 투자자로서 각각 1,000억원씩 출자했다. 이어 증권사 2곳(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도 끌어와 3,000억원을 보강했다. 여기에 현대글로비스가 1,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에어인천
사진=에어인천

인화정공 제치고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

현대글로비스가 합류함에 따라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각자 구상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특히 소시어스는 다수의 SI를 확보해 인수 구조를 짜면서 이전보다 여유를 갖고 딜을 진행하게 됐다. 기존에 긴밀한 협업 관계를 다진 인화정공에 더해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현대글로비스를 기반으로 향후 엑시트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

앞서 소시어스는 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운송사업 인수를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는 에어인천이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개월 만이다. 이후 소시어스가 꾸린 컨소시엄은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소시어스는 이번 딜을 위해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기로 계획했다. 인화정공과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가 각 1,000억원씩 출자했고 2곳의 증권사도 인수금융으로 3,000억원을 보강했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는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1,000억원보다 많은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후속 투자자 확보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현대글로비스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합병에 따라 투자금을 모두 납부하면 인화정공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황에 따라 항공화물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수 있다. 다만 현대글로비스는 어디까지나 항공물류 사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또한 FI로 들어오는 인수금융의 구체적 조달 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소시어스가 추가 조달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지도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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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의 인천공항 글로벌 물류센터 조감도/사진=현대글로비스

항공 부문 네트워크 및 밸류 체인 강화 기대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에어인천컨소시엄 참여로 물류 사업에서 항공 부문의 밸류체인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사, 해운 중심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올해 개최한 CEO인베스터데이에서 2030년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비그룹사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투자에만 9조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 제2공항물류단지에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글로벌물류센터(GDC, Global Distribution Center)를 구축하고 육상, 해상에 이은 항공까지 물류 스펙트럼을 넓히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GDC는 2025년 완공 후 5년 동안 연평균 2만5,000톤의 항공화물을 취급할 전망이다.

이번 에어인천 투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항공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화주를 대리해 운송 전반을 책임지는 항공 포워딩 사업에 투자를 늘려왔다. 2021년부터 항공화물 사업 강화에 힘쓰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는 당시 유럽 시장 공략을 목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항공 포워딩 업무를 위한 직영 사무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유럽 최대 화물 허브인 독일을 기점으로 물류 사업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포워딩 업무는 화물운송 의뢰를 받은 전문 업체가 고객사 화물의 출발부터 도착까지 운송 전반을 맡아 처리한다. 이는 화주로부터 화물을 받아 가장 효과적으로 운송할 수 있는 운송사를 확보해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그간 다양한 항공사와 협업해 운송수단을 확보했는데 이번 아시아나 항공화물에 SI로 참여하면서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리튬 배터리 항공운송 인증을 획득했고 인천국제공항 제2공항 물류단지에 글로벌물류센터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기아의 부품을 해외 공장으로 보내 현지에서 조립하는 기존 CKD(반조립제품) 유통도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자동차 부품은 전통의 항공화물 중 하나로, 최근 홍해 사태로 인해 운송이 지연되고 해운 운임이 급등하자 물량이 넘어오며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또 기존에는 여러 항공사의 화물칸을 빌리는 방식으로 항공물류 사업을 진행했지만, 에어인천을 통해 안정적으로 항공편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